매일신문

일 시민단체서 진상조사 심혈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사건

1923년 9월1일 낮12시2분전. 일본 도쿄일원에 대재앙이 일어났다. 이른바관동대지진이다. 당시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에 6천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참히학살됐다.그로부터 72년. 일본의 한 지방시민단체가 당시의 사실들을 조사해 밝혀내고 9월2일에는 현지에서 추도식도 올린다.

'관동대지진학살 조선인유골의 발굴및 추도하는 회'는 9월2일 오후3시 도쿄 구로다구(흑전구) 아라가와(황천)하천부근에서 추도식을 가진다.모임대표인 기누타씨(견전행혜)는 국민학교 교사로 아라가와 지역의 교재를 만들기위해 노인들로부터 증언을 청취, 기록하고있다. 그 내용중에는 "지진직후 10명씩 조선인을묶어 옆으로 세우고 군인들이 기관총으로 쏘아죽였다. 세군데 정도 큰구덩이를 파고 묻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다.당시 매몰 장소였던 요츠키교(사목교)일대에는 많은 조선인노동자들이 인공하천공사를 위해 집단으로 거주하던 곳이었다.

'우물에 독을 넣고있다' '부녀자 폭행을 하고있다' '조선인 폭동이다'등의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가기구게고'등 어려운 일어발음이 틀리면무조건 조선인으로 보고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들 추도모임은 지난82년 9월1일 아라가와지역 하천에서 실시된 유골발굴이 계기가 되어 발족했다. 지금은 기누타씨를 중심으로 4백명의 회원으로늘어났고 증언 청취기록의 폭도 넓어져 매년 1회 현장에서 추도식을 열게 된것이다.

이들이 모으고있는 증언 청취의 대상자는 일반시민을 비롯 경찰관 군관계자 당시 살아남은 조선인등 1백50명을 넘고있다. 유족을 찾아 한국에도 다녀왔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 92년 여름 '바람아 봉선화의 노래를 보내다오'(교육사료출판회)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돼 큰 관심을 끌었다. 지금도 역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이들의 조사와 증언수집은 계속되고 있다.

9월1일로 72주년을 맞는 금년 추도식에는 관동대지진 당시의 사진을 앞에내건 제단을 설치하고 참가자들은 무궁화로 헌화한다. 이때 성악가 이송자씨가 '아리랑'과 '봉선화'를 노래한다.

이모임의 한회원은 "이번 추도식에는 많은 사람들의 참가와 헌화를 바라고있다. 관동대지진의 두려움은 말하면서도 학살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1천만엔을 목표로 추도비건립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추도식이 열리는 제단아래에는지금 누군가에 의해 심어진 봉선화가 처량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도쿄·박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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