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어로본 북한 장군·교시·문헌등 김일성에만 사용

김일성 생전, 북한의 말은 그를 우상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어휘 중 숭고하고 영웅적이며 위대한 의미가치를 가진 말은 김일성 개인의 전유물로 포장되는 특수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어떤 단어가 나타내는 의미의 적용범위를 좁혀 단 한 사람에게만 쓰도록 인위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예컨대 '교시'(교시)라고 하면 문자그대로 '가르쳐 보이는 것'을 뜻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김일성 동지가 가르쳐 주신 혁명·건설의 지침이 되는 말씀'으로한정하고 있다.'문헌(문헌)'이란 일반적으로 '문물제도를 기록한 글'을 말하는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동지의 로작'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특수화했다. 이처럼 어휘의미의 일반성이 상실되고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그의 전유물로 외연이 축소된말로는 '경애하는', '로작', '사령관', '사적물', '사적비', '송가', '송시', '장군', '주석', '수령', '수상', '지도자', '초상기', '초상화', '현지교시', '어버이사랑', 어버이손길', '어버이정'등이 있다. 이 고상한 말들은전적으로 김일성의 것이며, 다른사람에게는 사용될 수 없는 절대성을 띠고있다.

김일성 개인 우상화는 그의 호칭어에서도 역력히 드러난다. 80년대에 발행된 '로동신문'을 보면 그에 대한 명칭은 참으로 현란하다. '혁명의 위대한수령', '어버이 수령님', '경애하는 수령님', '현명한 령도자', '백전백승의혁명적 당을 령도하는 강철의 령장', '영생불멸의 주체의 혁명적 기치를 높이 든 분', '건설의 영웅', '천추만대에 길이 빛날 불멸의 공적', '탁월한령도자', '위대한 사상 이론가', '민족의 태양', '불세출'등 입으로 할 수있는 찬양의 어사는 모두 동원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 우상화는 그의 후계자인 김정일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북한자료 '문화어학습'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전과 조금도다를 바 없다.

'공산주의의 태양', '민족의 태양', '사랑의 태양', '찬란한 향도의 빛발', '태양같이 환한 미소', '사랑의 미소', '비상한 감화력을 지닌 미소', '자식을 낳아 기르는 어머니의 심정', '사랑의 새벽길', '험한 길에 자식을떠나보내는 다심한 어머니', '숨이 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봄빛처럼 해빛처럼 영원히 청춘으로 젊어 계시기를'등 그를 찬양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문구가 쏟아지고 있다.

남북의 이러한 정서적 간극은 무엇으로 메워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이다. 〈경북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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