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5세법개정안 무엇이 달라졌나-주요내용과 문제점

정부가 1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을 보면 당초 예상보다 덩치가 훨씬 커졌지만 개혁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고 세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재정경제원은 이미 지난해 세제 개편을 통해 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상속증여세 등 웬만한 분야는 모두 손질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맞춰 세법 체제 일부를 정비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밝혀왔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무려 9개 세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게 됐다.

올해 세법 개정작업이이처럼 커진 것은 6·27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현정권의 위기의식이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려 세제 개편에 크게 입김을 불어넣은 때문으로 한마디로 내년 총선용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특히 올해 세법 개정안은 금융실명제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예외를 인정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앞으로 국회 심의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될지가 벌써부터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우선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분에서는 공사채형 수익증권도 주식형처럼 매매또는 평가 차익을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업어음(CP)도 원천징수 시기를 현행 매입일에서 매입일 또는 만기일로 확대해 중도 매매 차익은 과세하지 않는 등 종합과세를 피할수 있도록 예외가 대폭 확대된 것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화·골동품류에 대한 양도소득도 세목이 당초의 양도소득세에서 종합소득세로 바뀌고 화랑 등에 대한 거래명세서 제출 의무도 면제되는 등 당초 그림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됐다.

지난 90년과 93년 두차례에 걸쳐 시행이 연기된 서화·골동품 양도소득세는 세목변경으로 세율이크게 낮아지고 사실상 양도소득자의 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됨으로써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한 형평이라는 당초의 거창한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태산명동에 서일필(태산을 울리고 요동하게 하더니겨우 쥐 한마리를 잡았다)격이 돼버린 느낌이다.

가계생활자금저축 신설은 별 실효도 없이 공연히 예외만 하나 더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계생활자금저축은 금융소득 분리과세 세율인 15% 대신 10%가 적용되나그러한 특혜도 내년 한 해 뿐이고 원금이 1천2백만원으로 제한돼 1년 내내상한금액으로 저축해도 한달에 고작 5천원도 안되는 이득만을 안겨줄 따름이고 종합과세 하한선인 연간 이자소득 4천만원과는 거리가 멀어 분리과세의의미도 없다.

이와 함께 정부가 97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부동산 등기전 사전신고제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현재는 1가구1주택자가 집을 판 경우에는 세무서에 갈 필요가 없고 산 사람에게 인감증명만 떼주면 됐으나 앞으로는 세무서의 신고확인증도 함께 주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세무서에 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재경원은 이에 대해 1가구 1주택 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가 추후 세무서의 검증 결과 과세대상으로 판정돼 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조세마찰이 잦기때문에 이를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조세마찰 해소도 좋지만 세무서는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고납세자만 오라가라하는,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보인다.

교육재정 확충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세를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기로 한것도 따지고 보면 재정 수요를 세금으로 때우겠다는 안일한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행정편의주의와 다를 것 없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기업접대비 등도 정치권의 힘의 논리에 밀려 세제의원칙이 깨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폐지 방침을 거듭 밝혔던 부가세 과세특례제도를 오히려 확대한 것도 그렇지만, 연 매출액 1억5천만원 미만 개인사업자에 대해 간이과세제도를적용하겠다는 것은 세금의 투명성에 오히려 역행되는 처사이다.특히 지난해 세제 개편 당시 밝힌 법인세 추가 인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것은 행정의 신뢰성에 금이 간 것으로 세계화가 시급한 우리 기업들의 대외경쟁력 강화에도움을 주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자녀양육비로 1인당 50만원 소득 공제를 신설했지만 실제 덜어지는 세금은월 1만원 안팎뿐인 데도 보육비의 83%가 해결됐다는 것은 과대선전이라는 인상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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