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뛰는 가슴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눈 앞이 슴슴해진다. 창밖을 내다본다. 차가 강을 끼고 달린다. 물살이 힘차다. 맑은 물이다. 아우라지 물도힘차게 흐를 것이다."정말 좋군. 공기가 확실히 달라"
짱구가 말한다. 정말 공기가 다르다. 차갑고 맑은 공기가 폐를 찌른다."어마, 저 우람한 소나무들 봐"
순옥이가 말한다. 나는 반대 창쪽으로 눈을 준다. 가까이로 산이 높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키를 세운다. 병들지 않은, 푸른소나무숲이다. 솔 향기가 코에 흠씬 닿는다. "이 지방 소나무를 강송이라고말하지. 금강송, 적송 중에서 유난히 줄기가 곧고 재질이 좋은 소나무가 강송이야. 잘 자란 놈은 키가 이십 미터 넘고 밑둥이 어른 팔로 한 아름이야"아버지가 말했다. 하옥갑사를 지나 상원산으로오르면 강송이 임립했다.아버지는 소나무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 "시우야, 봐. 소나무 아래는 갈잎이두께를 이루지.소나무가 이렇게 많은 낙엽을 지우는데 왜 사철 늘푸를까.소나무도 봄이 오면 해마다 잎갈이를 해. 새 잎이 돋는데 그 일년생 잎이 전해 봄에 돋아난 잎과 섞여서 자라게 돼. 그러니 이년생 잎과 일년생 잎이 같이 자라고, 다음해 봄 다시 새 잎이 돋아나면 일년생, 이년생, 삼년생 잎이한 가지에 섞이게 되지.
그러면 삼년생 잎은 나이를 다먹어, 난 이제 늙었어 하며 떨어지게 된단다. 그렇게 삼년생 소나무잎이 떨어지지만 일년생, 이년생 잎이 달렸다보니소나무는 늘 푸르게 보이지"
"평창에서 쉬어 가요. 화장실도 이용하구"
순옥이가 말한다.
"맥주께나 마시더니 오줌통이 찼군"
짱구가 말한다.
짱구가 읍내 중심거리에 차를 세운다. 시장통이다. 우리는 연쇄점으로 들어간다. 음료수를 한깡통씩 마신다. 짱구는 오징어를 한 마리 산다. 우리는차례로 변소를 다녀온다. 난전에는 늙은 호박이 덩이덩이 나왔다. 말랑한 홍시도 보인다. 아주머니가 감자전을 부치고 있다. 순옥이가 감자전을 세개 산다. 짱구와 나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다. 감자전을 먹으니 할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할머니는 시애와 나에게 자주 감자전을 부쳐주었다.우리는 다시 출발한다. 어느 사이 산그늘이 길게 내렸다. 차는 산 속으로빠져든다. 산이 깊다. 휘어진 오르막길로 계속 올라간다. 포장을 한지 얼마안되는 새 아스팔트다. 짱구는 오징어를 줄곧 질겅거리며 씹는다. "평창 나가는 비행기재는 정말 하늘에 걸렸단다. 그 재를 타박타박 걸어 넘어 평창에도 여러 차례 나갔었지" 할머니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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