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박진용 사회2부장)-남위수해용산

조선조 27대 왕가에서 대왕의 경칭을 받아 손색 없는 분은 대략 아홉분. 3대에 한분씩 걸출한 왕이 배출된 셈이다. 태정태세문단세…로 꼽을 때 대왕의 연상을 가장 쉽게 이끌어내는 분은 역시 세종이다.**국사처리 주도면밀**

서정록(서정록)에서 보여주는 세종의 세심.치밀함은 견줄바가 없다. 평안도 도절제사인 이천에게 4군 개척의 명을 내린뒤 그에게 보낸 훈령은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식이다. 척후병을 보내면서 귀로까지 세세히 주의시키는 세종의 주도면밀은 영걸의 풍모에 안어울린다 싶을 정도로 여성스러운 점까지 드러난다. 그만큼 국사처리가 빈틈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태정태세문단세…를 현대사에 연결지어 남위수해용산(남위수해용산)이라고해 보면 어떨까. 우남(우남) 이승만, 해위(해위)윤보선, 중수(중수) 박정희, 일해(일해) 전두환,중용(중용) 노태우, 거산(거산) 김영삼. 이들 여섯대통령의 아호 끝자를 따면 남위수해용산이 된다.

조선조 보다 훨씬 발달된 정치체제에서 가려뽑은 대통령이고 보면 하나 같이 걸출해야할 인물들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다. 요사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그증거로 삼을만 하다.

따분하고 축쳐진 그날의 그날.

모두가 맥풀린 눈으로 TV를 보고 신문을 본다고 한다.

초로의 한공무원은 지금처럼 재미 없는 시대가 일찍이 없었다고 푸념한다.30년 공직생활에서 험하고 힘든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나름대로 보람과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고 한다.

**'문민'통치철학 결핍**

그런데 믿었던 문민정부 들면서 살맛도 의욕도 잃어버리게 됐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문민시대가 돼도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는 불만이었다.뭔가 될듯하던 개혁정책은 누더기로 바뀌고 아집 섞인 인사정책은 사회전반의 왜곡을 불러왔다는게 이분의 시각이었다. 3김시대로의 회귀는 국민들을정치적 체념 상태에 빠뜨렸고 외교적인 무능력은 국민 사기를 결정적으로 꺾어놓았다는 분석을 내렸다. 살맛 떨어진다는 사람이 어디 이분 뿐이겠는가.문민정부의 통치철학 결핍이 문제다. 신생국시대-잘살아보세시대-경제발전시대가 나름대로의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민정부 또한 문민시대에걸맞는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

태조와 태종의 통치기반 위에서 찬란한 세종의문치가 있었다. 개발독재(경제력)의 디딤돌 위에선 문민정부에게 세종대와 같은 르네상스(문예부흥)를 시대정신으로 요구 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시대정신' 활짝펴야**

국민소득 몇만달러를 들고 선진국 진입 운운하는 식의 우쭐거리는 사고로는 르네상스의 문을 열수 없다. 친일 역사의 단죄를 잊은채 뒤늦은 중앙청상투자르기나 길놀이행사로 광복 50주년을 맞는 '의식의 가벼움'도 르네상스의 장애요인이 된다. 도덕적 혼란을 세계화로 착각 한다면 르네상스는 더더욱 멀어지게 될것이다. 황희나 맹사성 같은 인재를 키우는 도량과 겸손, 건전한 전통과 상식이 없는 사회를 안타깝고 걱정스레 바라볼줄 아는 마음의눈을 가져야 르네상스의 문은 열릴수 있을 것이다.

피지않은 꽃을 피운양 수선 떠는 이 세태.

세종을 이 시대에 다시 모셔올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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