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심천에서

9월 초순 심천의 한낮은 30℃를 웃도는 무더위였다. 마카오에서 뱃길 2시간만에 닿은 심천의 낡아빠진 부두며 여객선 터미널이 공산치하의 낙후된 중국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듯 했다.그 우중충한 터미널 건물을 뒤로 하고 시가지로 접어들면서 조금전의 인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널찍한 도로, 큼직큼직한 건물, 곳곳에 널려있는대규모의 건설현장은 자질구레한 우리네 그것들을 압도하고도 남을것 같았다.

슬며시 걱정이 되기시작 했다. 중국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구나. 나폴레옹이 남긴 말이라던가. '세계여, 잠자는 사자 중국을 깨우지 말라'고.그런데 그 사자가 스스로 깨어나고 있으니….

그쯤에서 머물던 생각이 심천의 민속촌을 돌아보면서는 놀라움으로 변했다. 중국 강역내의 각 지역 북쪽의 몽골, 동쪽의 우리, 남쪽의 운남, 서쪽의서역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문화를 펼쳐놓았는데 그게 한 나라만의 생활문화라기보다는 거대한 문화의 결집이요, 하나의 세계였다. 민속촌에서 공연되는중국전통예술은 그 규모와 화려함에 찬탄을 아낄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자유·평등·박애의 인류 보편적 가치와 거리가 먼 중화사상과 그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반응은 이국인에게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12억 인구도 모자라 국외의 교포를 관광객으로 끌어모아 중화의식을 고취시켜가는 중국인의 꿈은 무엇일까.

수호지나 삼국지를 연상케 하는 살벌하고 호전적인 공연에 열광하는 중국인. 그들과 일본사이에 끼여사는 우리의 삶, 정말 고달프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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