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행선지

"어머니! 외가댁은 어때요? 지난 추석때도 못찾아뵈었잖아요"아침에 집을 나서며 아들이 하는 말이다. 군입대를 앞둔 아들을 위해 우리가족은 그간 미루어두었던 휴가를 남편이 조금 한가한 10월에 가기로 했다.처음엔 제주도로 가기로하고 준비를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친구들이 제동을걸고 나섰다. "얘기 못들었나? 족집게도사가 10월에 제주도에 큰 사고가 터진다고 했다던대…" 그러자 다른 친구도 "그래, 나도 들었어. 좀 기다렸다가거라"며 거들고 나섰다.모처럼의 여행인데 소문일망정좋지않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영 찜찜했다. 그날 저녁 가족의 반대도 무시하고 설악산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다시이것저것 여행준비를 하는데 또다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제주도가 아니라 설악산이란다. ㅅ으로 시작되는 곳이라하더라"

그러고보니 성수대교, 상인동가스폭발, 삼풍백화점까지….

"나 참, 이제껏 예고하고 난 사고 있었나? 여자들이란 쯧쯧"급기야 남편은 짜증을 냈다. 출발도 하기전에 우리가족은 그만 지쳐버렸다. 사람사는데사고와 위험은 늘 따르는 것이지만, 그러잖아도 신경쓰이는게 많은터에 서로믿는 풍토가 정착돼 걱정거리 하나 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씁쓸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아들녀석이 이 엄마의 무심함을 일깨워준다. "그래, 느긋하게 외가댁이나 다녀오자꾸나"마음은 벌써 이 가을만큼 넉넉한 어머님의곁으로 달려간다.

(대구시 수성구 파동 327의 1 가든빌라 나동 202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