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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푸른나무(231)-강은 산을 껴안고(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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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이 그득하다. 짱구는많은 반찬 그릇을 보고 입이 벌어진다. 국을 빼고 두부 찬이 두가지, 감자 조림, 도토리묵, 김치 두가지, 나물 찬이네가지다."나는 밥 짓고 국만 끓였다우. 우리 시우왔다고 이웃들이 찬을 가져온 게지. 내일이 가윗날 아니요. 집집마다 젯상 준비가 한창이라우. 오늘은 대처나간 자식들도 가솔 이끌고 고향 성묘올겝니다. 시우 없어진 후, 나는 오늘만 되면 아침부터 나루터에 나앉았다우. 손주녀석 이제나 저제나 고향 찾아올까 하고 기다렸지, 제수 음식도 안 만들고"

할머니가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채머리를 떨며 어서들 자시라고 손을 흔든다.

"할머니도 함께 드셔야 우리도 먹지요"

순옥이가 말한다. 할머니는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했다. 가슴이 활랑거려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우야, 많이 먹어. 너 옆에 앉아 찬도 집어주며 먹는 것 보고 싶은데,내가 나가야 손들이 자실 것 같애"

할머니가 밖으로 나간다. 짱구가 젓가락을 든다. 곰취나물부터 집는다."나물 반찬이 많기도 하네. 다 여기서 나는 산나물 아냐"

"그래, 여기서 뜯어. 이건 곰취, 이건 고비, 이건 참나물, 이건 고사리야"아우라지 일대에는 산나물이 많이 난다. 봄 한철은 나물로 났지, 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춘궁기에는 나물죽으로 봄을 넘겼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했다. 이른 봄부터 늦봄까지, 여자들은 산나물 뜯으려 산으로 올라갔다. 첩첩이 산이라, 산은 산나물창고였다. 허리에 마대자루 두세개씩 차고 아침 일찍 산으로 들어갔다. 해질녘이면그 자루를 가득 채워 지고 이고 내려왔다.참나물, 기름나물, 고추나물, 쑥부쟁이, 취, 고사리, 고비, 머위 따위였다.송이도 따고, 더덕뿌리, 약초도 캐왔다. 산신령의 도움으로 산삼을 캐오는횡재도 더러 있었다. 송천 물이 풀리는 이른 봄날, 나는 시애와 들나물을 뜯었다. 쑥, 냉이, 왕고들빼기, 돌나물, 질경이 따위였다. 강둑과 뒷산에만 올라가도 반 나절이면 한 소쿠리를 채울 수 있었다. 아우라지를 떠난 뒤, 나는산나물을 먹지 못했다. 산나물은콩나물과 다르다. 향긋한, 산의 향기가 난다.

"시우오빤 여기서 살아. 여기가 꼭 어울려. 여기 사람들이 모두 시우오빠를 닮았어. 도시는 오빠에게 너무 비정해. 그들이야말로 오빠같은 사람들을잡아먹어. 순 식인종들이야"

순옥이가 말한다. 나는 짱구를 본다. 여기서 살아 하는 말을 했으면 싶다.짱구는 말없이 밥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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