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을 빌려쓰면서 '사례'명목으로 뇌물을 준 기업대표들이 법원으로부터 유례없는 중형을 선고받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지법은 어제 이형구전노동부장관 수뢰사건과 관련해 벌금1백만원을 구형받았던 대기업대표 12명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하는 사법사상 전례가 없는 엄벌을 내렸다. 비록 형의집행은 유예했지만 대출과 관련해 사례비를 준 기업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번에 중형을 선고받은 기업인들은 이전장관이 산은총재로 있을때 산업은행 돈을 빌려쓰면서 2천만원에서 5천5백만원까지 사례비명목으로 이전장관에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12명이 모두 1백만원의 벌금형을 구형 받았었다.이들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 LG, 해태, 기아등 재벌그룹의 회장과 계열사대표들로서 이전장관이 기소될때 무더기로 기소돼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었다.
이처럼 유력한 기업인이 12명이나 무더기로 기소돼 놀라기는 했지만 이들이 중벌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같은 일반의 반응을입증이라도하듯 검찰의 구형은 벌금1백만원의 약식기소였다. 그러나 법원은죄질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며 이들을 정식재판에 회부해 검찰의 구형보다는무거운 선고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3명에게 징역형, 4명에 벌금 2천만원, 5명에 벌금 1천만원은 예상을 뛰어넘은 중벌이다.
이같은 선고를 하기전에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엄벌을 받은 12인의기업인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부정보다 질이 나쁜 죄를 지었다고 단죄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밝힌 판결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간절하게바라고 있던 소망과도 같은 것이어서 이번 판결이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것같다.
우리의 법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건 뇌물을 준 사람이건 모두를 처벌하도록돼 있으나, 지금까지 받은 사람만 처벌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준 사람의 경우는 제대로 처벌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이 상례였다. 이번 판결이 준 사람도 중벌을 주어 지금까지 뇌물을 우리사회의 하나의 관행으로 대수롭지 않게치부해온 부조리에 쐐기를 박고 특히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계기가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전체의 생각이 아니고 이번 재판부만의 의지로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상급심으로 올라가면서 이번 판결의 엄격함이 희석되는 일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 1년을 벌어도 마련하기 어려운 거액을 사례비라고 던져주는 기업의뇌물공세는 뿌리뽑아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는데는 법의 엄한 응징밖엔 달리방법이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