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부터 나는 단란주점에 근무한다.저녁 시간까지는 별로 할 일이 없다. 낮동안 호텔 로비로 몇차례 돈다. 그릴을 기웃거린다. 호텔 뒷길로 돌아간다. 대진상사 주위도 왔다 갔다 한다. 구두박스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빈대아저씨의 구두닦이를 구경한다. 빈대아저씨와 벌룸코형의 솜씨는 정말 구두닦이 전문가다. 나는 아무리 배워도 그렇게 닦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흙투성이 구두를 잠시 사이에 새 구두로 만들어 낸다. 빈대아저씨는 내게 친절하다."너도 열심히 돈 모아 장가가야지"
빈대아저씨는 그런 말도 한다.그 말을 들으면 왠지 부끄럽다. 그런 말을들을 때, 순옥이가 떠오른다. 순옥이는 죽었다.
치타는 낮시간 동안 대진상사나 호텔에 오지 않는다. 아침에 대진상사에서나오면 대기한 검정 승용차를 타고 떠난다. 안테나 달린 차다. 승용차는 새앙쥐 닮은 기사가 몬다.보디가드가 달렸다. 콧수염을 기른 얼굴이 각진 네모돌이다. 치타가 대진에서 나오면, 콧수염이 얼른 승용차 문을 열어준다.짱구는 쌍침형 뒤에서 따른다.
저녁 시간에는 나도 바쁘다. 넙치와 함께 여전히 나름이 노릇이다. 룸과홀로 술과 안주를 부지런히 나르고 거두어 들인다. 필이엄마는 주방 일을 그만두었다. 컵, 접시, 재떨이 씻기도 내가 맡는다. 나는 주방에서 그 일도 한다. 손이 늘 축축하다.
채리누나는 쌍침형, 짱구와 함께 출근한다. 채리누나는안주감 삽입, 술삽입이 끝나면 오전에 퇴근이다. 배가 너무 부르기 때문이다. 마감 시간쯤에야 다시 나타난다. 그동안 장사는 경희가 대신한다. 경희는 내가 단란주점에처음 일할 때부터 있던 아가씨다. 수다쟁이에 웃음이 헤프다. 채리누나가 올시잔 시간쯤이면 1조와 2조가 단란주점에 모인다. 짱구도 나타난다. 그들은대체로 1번 룸에서 회의를 한다. 하룻동안 있었던 '치타작전' 보고다."저녁 아홉시에 지하에서 나와 이층 일식집으로 갑디다. 뚱뚱이와 콧수염을 달고" "꼬마는 못봤습니다" "낮에 강변으로 나갔어요. 뚱뚱이가 새끼 넷달고"
이런 보고들이다. 나는 늘 할 말이 없다. 낮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립주택에 살던 치들도 못 보았다. 나를 승용차 뒤트렁크에 처넣은치들도 못보았다. 예전 강변파 치들은 황금호텔 주위에 얼씬을 않았다.쌍침형은 영업이 끝날 무렵쯤 단란주점에 들른다. 더러 빠질 때도 있다.채리누나가 기다리고 있다. 빠질 때는 채리누나도 기다리지 않는다. 쌍침형은 1번룸에서 짱구와 둘이서만 밀담을 나눈다. 쌍침형, 채리누나, 짱구는함께 퇴근한다. 그들 모두가 나가면 넙치가 단란주점 문을 잠근다. 이제 넙치와 내가 국시집 옥상에서 함께 잠을 잔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