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67)-죽은 자와 산 자(12)

어느날 밤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손님도 떨어졌다. 짱구가 오지않는다. 어디로 전화를 걸더니, 새끼 다섯도 돌아간다. 쌍침형과 짱구가 단란주점에 들르지 않는다. 전화도 없다. 채리누나가 기다리며 걱정을 한다.넙치가 전화를 건다. 짱구형 휴대폰이 불통이라고 말한다. 채리누나가 전화를 건다. 통화가 된다."먹자빌딩에서 회합이 있대. 걱정말고 들어가래. 너들도 문 닫고 퇴근해"채리누나가 말한다. 목소리가 어둡다. 채리누나는 핸드백을 들고 퇴근한다.

"먹자빌딩이라면 치타 소굴이잖아. 괜찮을까"

넙치가 내게 말한다. 셔터를 내린다.

"괜찮다고 했잖아"

우리는 땅위로 나온다. 바람이쌀쌀하다. 가을이 오고 있다. 낙엽이 포도에서 바스락댄다.

이튿날 아침이다. 쌍침형, 채리누나, 짱구가 단란주점에 나온다. 어제 밤은 무사했다.

그날 저녁이다. 왠지 단란에 손님이 터진다. 룸과 홀이 만원이다. 더러 그런 날이 있다. 호스티스 넷이 다 팔린다. 클럽에서 셋을 빌려온다. 나름이노릇도 바쁘지만, 주방도 바쁘다. 운신댁이 혼자 안주를 만든다. 넙치가 부지런히 나른다. 나는 흐르는 수돗물에 컵을 헹군다. 접시를 닦는다. 행주를빤다. 재떨이를씻어 내놓는다. 운신댁은 과일을깎고 있다. 프라이팬에선대구포가 튀겨지고 있다. 주방안이 후끈하다.

"큰 접시가 모자라네. 마두야, 찬장마다 뒤져봐"

운신댁이 말한다.

나는 헹군 컵들을 마른 행주위에 엎어 놓는다. 나는 가스레인지 위의 찬장을 연다. 조리기구 따위만 있다.그 옆 찬장을 연다. 식용유, 간장, 설탕부대가 있다. 옆의 옆 찬장을 연다. 과일 깡통, 통조림 깡통들이 찼다. 구석찬장을 연다. 믹스기, 얼음통이 있다. 얼음통에 비닐봉지가 담겨있다. 나는문을 닫으려다 다시 본다. 검정 봉지에 양주병 주둥이가 보인다. 술병 같지가 않다. 이상해서 꺼내본다. 묵직하다. 봉지안에서 권총이 나온다. 나는 깜짝 놀란다. 묵직하다. 플라스틱 장난감 권총이 아니다. 나는 얼른 그 봉지를얼음통에 다시 넣는다. 찬장 문을 닫는다.

채리누나가 오기는 손님이 얼추 빠졌을 때다. 채리누나는 홀로 들어오자마자 주방으로 간다.

잠시 뒤에 홀로 나온다.

"오늘 간조 제법 올렸어요. 아직도 룸은 세개가 찼구"

경란이가 채리누나에게 말한다. 홀에는 아직 여러 테이블에 손님이 있다.가라오케도 쉴틈이 없다. 운신댁이 퇴근한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간다. 구석찬장을 열어본다. 검정 비닐봉지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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