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종류에 따라 조리하는 시간이 다르다. 우리들 전통음식은 요즘 흔하게 나돌고 있는 인스턴트 식품과는 달리 성급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기다리기 지루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려서야 밥상에 오르게 된다. 또한 우리네전통 한옥의 부엌은 집끝짬에 자리하고 있어 다 차려놓은 밥상일지라도 방안에 들여오는데는 꽤나 늦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느긋이 기다리다가 시장기가 들때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생겨난게 아닐까? 그러던 것이 주택구조가 서구형으로 바뀌고 음식마저도 인스턴트화되어 시장기만 돌면 언제고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가 즉석에서 먹어치울수 있으니 '기다리는 마음'은 간 곳이 없어졌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 부족도 여기에서 비롯된다.주거건축 설계의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가 '프라이버시 확보'다. 사람들은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않고 철두철미하게 개인 생활의 비밀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 집안 가족끼리 마저도 개인권을 꼭 보장 받을려고 하는것이 문제다. 서구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대화'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했고우리네 조상님들은 프라이버시가보장되지 않는 한옥이라는 주거 구조 속에서 양보라는 미덕으로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들의 주거환경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오늘날 우리의 사고속에 한옥(한옥)과 양옥(양옥)이라는 상반된 두개의 살림집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옥과 양옥이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모두우리 땅에, 우리들에 의해 설계되고 시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왜따로 구별해서 부르게 되는가? 서구형 주택이 살림집으로 채택되기는 채 반세기도 되지 않았다. 반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전통한옥이 대종을 이루고 있었다. 그후 한·양 절충식 건물인 살림집, 즉 양옥이 새로운형태로 자리하게 되었고 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아파트 건축 붐이 일어나면서 주거건축은 서구화되기에 이르렀다. 핵가족화와 주택구조변경에 따른가족관 및 음식문화의 변화가 우리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빼앗아 갔고 대화의단절을 초래했다. 현재의 주택구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나마 조금이라도우리것스러운 공간을 꾸며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건축가·경북산업대 부교수〉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