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보스니아에 평화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3년반동안 자그마치 25만여명의 목숨을 빼앗아 2차대전이후 유럽 최악의 유혈분쟁으로 기록된 보스니아 내전은 지난달 21일 역사적인 평화협정 가조인에 이어 오는14일 파리에서 정식 조인식을 앞두고 있다.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공화국 대통령이 미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3주간의 마라톤협상끝에 가조인한 평화협정은 내전 종식과 보스니아의 단일국가 유지, 회교.크로아티아 연방과 세르비아계 공화국의 영토 분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보스니아에 느슨한 중앙정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회교.크로아티아 연방, 세르비아계 공화국 등 지역당국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 서로 다른 민족들이 공존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협정 타결에는 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적인 평화중재 노력이돋보였다. 특히내년 대선을 의식한 클린턴 미대통령은 보스니아에 파견될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평화유지군 병력 6만명중 3분의 1을 공급키로 하는등 강력한 평화 정착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쟁의 불씨가 보스니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있다. 이번 협정 타결이종족간 갈등 해소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전쟁으로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내전 당사자들의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는 분석은 이런 의미에서 설득력이 있다.
사실 보스니아의 이민족 갈등은 쉽게 치유될수 없을 정도로 그 뿌리가 깊다. 오스만 투르크가 지배한 4백년동안 회교도의 핍박을 받고 2차대전 당시크로아티아인들(로마 가톨릭)로부터 집단학살을 당한 세르비아계(그리스 정교)가 과거에 대한 보복으로 자행한 '종족청소'는 종교와 역사적 배경이 다른 이민족간의 갈등이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이번에 정식 조인될 평화협정도 지난 92.93년 협정처럼 휴지조각으로 변할돌발변수들이 상존해 있다. 중앙정부와 자치지역간의 관계 설정, 세르비아공화국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간의통합가능성,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있는 세르비아계 점령의 '포사비나' 회랑 문제, 세르비아계 지도자들의 전범재판 회부 등은 평화협정을 깰수 있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보스니아 현지 표정도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세르비아계 5천명은 지난 7일 성조기와 보스니아 깃발을 불태우며 통합수도 사라예보의 회교정부 귀속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크로아티아계도 지난달말 평화협정 반대시위를 벌이는 등 자신이 살던 지역중 일부가 세르비아계 영토로 편입된데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평화협정 이행을 낙관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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