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북 경수로협상 완전 타결

산 넘어 산같이 멀리 느껴지던 경수로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지난 9월30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와 북한간의 2개월반이나 걸린 마라톤협상은 서로가 한발짝씩 물러서 양보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따라서 오랜 세월동안 닫혀 있었던 북한의 문은 불을 지피는 경수로란 화덕 하나가 빌미가 되어 서서히 열리게 되었다.이번 협상이 이토록 길어진 까닭은 △경수로 공급범위 △건설비용상환 △기술자와 물자의 방북통로및 절차등 핵심쟁점들이 돈과 체제에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았었다. 그래서 북한은 판문점을 통하는 방북통로를 거부하고 동해와 신포를 연결하는 해로와 북경을 경유하는 공로를 공식루트로 정했다.

북한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준고위급회담에서10억달러이상이 소요되는 부대경비도 KEDO가 부담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린적이 있다. 그것을 나열하면 △송배전시설 △핵연료가공공장 △신포항만및부두접안시설 △신포~발전소간 도로건설 △모의운전장치(시뮬레이터) △부지조사및 정리등이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송배전시설과 핵연료가공공장건설 요구는 포기하는 대신 그 비용을외국에서 융통할수 있도록 KEDO가알선보증해주는 조건으로 타결을 보았다.

북한개방의 첫걸음이라 할수있는 이번 협상의 타결로 내년부터 본격적인부지조사가 시작되며 이어서 설계가 끝나면 건설공사가 시작될것이다. 이번협상에서 경수로 기술자의 국적국과 외교관계가 없어도 영사보호를 해주기로합의되었기 때문에 우리기술자들이 대거 방북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전체공사비 약 45억달러가 소요되며 공사기간이 10년정도 걸리는 경수로발전소 공사에는 연인원 1천5백여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방북할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당국은 한국기술자들의 잦은 왕래가 개방을 부추기고 나아가서 체제동요란 극한사태를 몰고올까봐 신포를 '경수로특구'로 지정, 북한주민들과의 접촉을 최대한으로 막을 계획이다.

그러나 개방의 바람은 도도한 물결과 같은 것이어서 강압으로 지탱해 낼수만은 없을 것이다. 한국형 경수로의 북한진입과 우리기술자및 전문가들의 북한주재는 결국 개방을 필연으로 가져올것이며 나아가서 북한을 국제사회의일원으로 이끌어 낼수 있는 계기도 될것이다.

경수로건설에는 상대편인 북한쪽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이 경비를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공조체제에도 자칫하면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더욱이 북한은 경수로건설을 들러싸고 경비의 70%를 내는 우리를되도록이면 배제하고 경원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민족의 통일이란원대한 목표아래서 추진하는 사업이니만큼 인내와 지혜가 동시에 필요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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