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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푸른나무(292)-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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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알겠수다. 그러나 그 결과가 너무 비참하잖수. 결과적으로꼬마 그 쥐새끼가 세명의 목숨을 작살냈으니 말이오" 짱구가 이빨을 간다. "채리누나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자살이야말로 너무 무책임했수다. 그래서 난여자를 철저히 무시하우. 철들고부터 장차 결혼 같은 건 안하기로 맹세했수다. 물론 자식도 두지 않겠구. 그 맹세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그럼 명구씨는 아직 숫총각이시겠네?"짱구의 대답이 없다. 나는 키요를 떠올린다. 짱구는 키요를 사랑한다. 짱구에게는 키요가 바로 여자다. 나는 옥상 가건물에서 둘이 사랑하는 장면을보았다. 아니, 직접 보지는 않았다. 자는 체 하며 그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남자와 여자가 하는 짓을 그대로 했다.

승용차가 강변도로를 내닫는다. 코스모스와 갈대가 바람에 나부낀다. 단풍놀이 관광버스가 이따금 지나갈뿐 길은 한적하다. 나는 카스테레오 음악에귀를 기울인다. 피아노, 바이올린 소리에 첼로의 가라앉은 음이 어우러진다.나는 첼로의 음만 따라간다. 다른 두 악기의 소리는 시냇물같다. 찰랑대며돌돌 흐른다. 첼로는 강과 같다. 높낮이가 없다. 천천히 깊게 흐른다. 나는첼로소리와 같은, 그런 한강을 내다본다. 철새들이 많이 난다. 기러기, 청둥오리, 왜가리, 농병아리, 도요새, 물떼새들이다. 물 위로 낮게 난다. 자맥질을 한다. 헤엄을 치며 먹이를 쫓는다. 그 물위로 채리누나와 예리의 얼굴이떠오른다. 두 여자의 얼굴이 슬픔에 젖어 있다. 예리는 잘 울었다. 물 위에뜬 낙엽처럼, 술에 취해 흘러갔다. 예리누나는 늘 근심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불안해 했다. 쌍침형님을 쳐다볼 때가 특히 그랬다. 위태로운 그 무엇을보듯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경주씨, 고속도로 타지 말고 국도로 내처 갑시다. 여주에서 제천 쪽으로"짱구가 말한다.

"검문이 있다면 오히려 국도 쪽일텐데?"

"검문 걱정은 왜 하슈. 난 엄연히 피해자인데. 국도변 단풍이 좋구먼""이제 그런 게 눈에 뵈요?"

짱구는 말이 없다.

승용차는 영월에서 멈춘다. 점심때다. 우리는 식당에 들른다. 설렁탕 한그릇씩을 먹는다. 짱구는 소주 한 병을 비운다. 나와 경주씨는 마시지 않는다. 돈은 짱구가 지불한다. 그저께 점퍼때기 중년사내가 비닐하우스로 찾아왔다. 내가 본 적이 없는 면상이었다. 그는 짱구가 가진 어음종이를 받았다.짱구에게 묶음 돈을 건네주었다.

영월을 지나면서부터 승용차는 산길을 타기 시작한다. 주위로 큰 산들이우뚝우뚝 나타났다. 산등성의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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