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20 개각'과 정국

12.20 개각은 현재 진행중인 과거역사 '청산정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정국 최대 현안인 5.18 특별법제정은 14대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와 함께일단락됐으나 노태우씨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대선자금과 정치권 사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과 이에 따른 한랭기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전망은 우선 여권핵심부의 정국운영구상과는 별개로 야권에서부터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국민회의 박지원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요직에 민주계가 집중 포진된 것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인사로 총선을 강공으로 계속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색정국이 총선까지 연결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자민련 구창림대변인은 아예 노골적으로 "청와대를 강화함으로써 강경한정국운영기류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야당제압용 선거전략을 염두에 둔개각"이라고 단정했다.

야권의 이같은 반응은 이번 개각에서 김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 의지가 반영됐다는 나름대로의 판단과 분석에 기초한 것임은 물론이다.이번 개각으로 50대가 내각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3김시대청산과 세대교체의 대상인 김대중 김종필씨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더욱이 이번 개각이 실질적으로는 4월 총선승리를 위한 '선거내각'의 출범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권은 이미 선거전에 착수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설사 여야관계가 복원되고 대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한판 승부를 앞두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협의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두김씨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여와 야가 국정의 파트너로서서로 상의해야 한다"(김대중총재) "김대통령이 스스로 마음을 풀어야 한다"(김종필총재)는 식의 여야관계가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이번 개각을 전후한 최근의 정치일정과 상황만 살펴보더라도 최소한 연말과 연초의 정국상황에 관한 단기적인 기상도를 상정해볼수 있다.12.20 개각이 지난 18일의 노태우씨에 대한 1차 공판과 19일의 5.18특별법국회통과에 뒤이어 이뤄졌다는 것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5.18 특별법처리를 청산정국의 끝으로 간주했던 야권의 희망과는 정반대로김대통령은 오히려 숨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고 비자금사건에 가려져 있던 개혁과 세대교체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본격적인 정국주도권 확보에 나섰기때문이다.

개각에 이은 청산정국의 다음 수순은 노씨 비자금사건에 관련된 정치권 인사에 대한 사정과 5.18특별법제정에 따른 전두환씨등 신군부측 핵심인사에관한 사법처리만 남아 있는 셈이다.

당장 개각 다음날인 21일에는 전두환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있을 예정이며 또한 22일에는 강삼재사무총장이 문민정부출범이후 여권의 고위인사로는처음으로 광주 망월동 5.18 묘역을 참배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강총장의 망월동묘역참배는 5.18 특별법제정을 계기로 광주문제가 더이상 김대중총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관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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