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공동개최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월드컵 유치라는 흥분이 계속되고 있던 지난 1일 기자는 스위스 취리히 거리를 걷다 뒤에서 갑자기 고향의 봄 을 흥얼거리는 어떤 한국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외국에서 한국인의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기 마련. 그것도 거리가 제법 떨어진 곳에서 나의 살던 고향은… 이란 가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제법 적지 않은 소리였다.
정확하게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장소는 취리히 중앙역앞 간선도로인 뤠벤가였다. 이날 따라 날씨 또한 매우 화창한 좋은 날이었다.
돌아보니 정장차림의 낯익은 얼굴이 활기차게 혼자서 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바로 이홍구 월드컵유치명예위원장이었다.
자연스레 가는 방향이 같아 월드컵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같이 걸어가게 됐다.
그냥 부담없이 혼자서 거리를 걷고 싶어 나왔다는 이명예위원장은 두말할 것도없이 월드컵에 대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는 좋은 기분속에 이국거리를 무작정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가던 중 앞쪽에 15~16명의 한국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 관광객들은 이위원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뜻밖이란표정을 지으며 한 두명이 몰려들고 마침내 모든 사람이 그를 에워쌌다. 이들도월드컵을 화제에 올리며 월드컵유치단의 노력을 인정하는데는 의견이 일치하는분위기였다.
이어서 이들은 이명예위원장에 대한 기념촬영을 제안했으며 그는 이에 흔쾌히응낙했다.
관광객들 중간에 이명예위원장이 서고 외국나라인 취리히 중심가에 한국인들이운집한, 이상하나 보기 싫지 않은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의 작은 해프닝들은 비록 짧은 시간에 이뤄졌지만 뚜렷이 겉으로 드러난아무런 이유없이도 한국인들은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어울려 하나가 되는 재능을 발휘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그 이면은 한국이 월드컵 유치 국가가 됐다는 자부심이 작용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누구도 정치이야기는 입밖에 내지 않았다.
이날만은 이홍구전국무총리가 지금 한창 시끄러운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있는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취리히.李東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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