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가정暴力防止法의 문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배경이나 그 당위성에는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앞으로 입법과정이나 실행에는 심사숙고해야 할 요소가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오늘날의 우리 가정은 산업화 과정을 거쳐오면서 가족구성원간의 화목을 근간으로 한 가정의 개념이 개인주의 성향이 점차 강해지면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산업사회가 초래한 폭력등 각종 사회 오염원 이 가정으로 침투함으로써 전통 가정의 변질을 불러온 중요요인이되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부간 또는 부모와 자식간, 고부사이의 갈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폭력등 제반 가정파괴적 행태는 이미 가족구성원끼리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경우도 없지 않다. 다시말해 일부에선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한 범죄 라는 개념으로 종종 나타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도 현실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이 법의 제정을 서두르는 것은 일단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 법의제정 취지는 범죄를 비롯한 모든 사회병리현상은 그 근원을 따지고 보면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했을때 이젠 더이상 집안문제 로만 방치할 일이 아니라는게 입법배경에 깔려있다.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파탄 가정 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가정폭력 의 예방을 겸한 치유대책을 국가가 적극 강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법의 입법단계나 실행과정에서 일어날수 있는 많은 부작용도 미리 예견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칙적으로 남의 가정사는 제3자가 성급하게 끼어들수 없는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복잡미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극단적인 예로 칼로 물베기로 비유되는 부부싸움문제에 법적인 수단이나 행정적 처분으로 함부로 다룰수도 없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이는 입법추진논의과정에서도 당초에는 상습폭력자는 재판없이 행정당국에 의해 강제퇴거명령을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이나 문제가정에 대한 경찰의 심방제도등을 넣도록 했다가 현실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많음을 인식, 삭제하도록 한 것에서도 이 법제정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또 이법의 입법배경에는 남편의 폭력, 부모의 자녀학대, 노부모방치등 통상적인 남성위주의 보호자 횡포 일방만을 상정, 제재토록 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도 다시 숙고해야 할 발상일 것이다.오늘날 여권신장, 과보호에 의한 탈선청소년문제, 고부갈등문제등을 감안할때 오히려 보호자격인가장 또는 부모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음을 직시, 쌍방개념의 신축성을 법정신에 넣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많은 문제가정을 커버할수 있는 행정의 손길 이 골고루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자칫 법만 거창하게 만들어 놓고 현실적으론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속수무책인 결과를 낳는 死法이 되지 말게 조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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