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술집 마담이 미스 현 이라고 해서 대뜸 현진건 선생을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대답했다. 같은 종씨의 소설가 한명정도는 알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으로이야기했는데 같이 간 동료들이 엉뚱하게 왜 그런 걸 물어서 마담을 곤란하게만드느냐고 나무라는 눈치다. 마담 성이 현씨가 아닐수도 있고 차라리 가수 이름을 물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귀띔을 해 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빙허 현진건 선생을 생각하니 어릴적 교과서에 나오는 선생의 작품 빈처 가생각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속엔 작가와 아내의 끈끈한 정이 흐르는 단편소설로 그 저변에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은근히 꼬집는 리얼리즘 정신이 깔려 있다.

나는 화가랍시고 살고 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화가들의 아내도 빈처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물론 지금 사회에서 쌀이 떨어져서 걱정하는 집은 드물겠지만대부분 시간을 작가 자신의 작업과 작품활동으로 보내고 가족들에게 할애하는시간은 인색하게 구는게 작가들인지라 어떻게 보면 소위 예술한답시고 폼을 잡는 화가들은 지독한 이기주의자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아내들의 마음 고생은 오죽하겠는가? 물론 체념할 건 하고 용감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억척여성들도 있는 반면에 정신적피해의식으로 한숨만 폭폭 쉬는 빈처들도 있을 것이다.

요즘 화가들의 아내들이 슬퍼보이는 것은 지금 현실이 풍요속의 빈곤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신문화 측면에서 보면 말이다.

아무쪼록 미술인의 아내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살아갑시다.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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