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51주년을 맞는다. 8.15나 6.25라는 역사적 사건을 체험하고 그것을 개인사(個人史)속에서도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압도적 소수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날을 계기삼아 우리의 어제 오늘을 돌아보고 우리의 참모습을 검증해 보는 것은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필요가 있고 어쩌면 그것은 연만(年滿)한 소수파들의 의무이기도 할것이다. 어제를 모르는채 오늘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눈부신 산업적 성공"
먼저 우리는 반세기동안에 이룩한 경제발전의 규모와 이를 통한 물질적 조건의 현기증나는 변화를 다시 확인한다. 산업화나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부르는 사회변화속에서 이룩한 빈곤퇴치와생활수준의 획기적인 향상을 대체로 젊은 세대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붉은 산 일색이던 산야가청산으로 변모한 경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사정과 같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경제성장은 자타가공인하는 좌파 역사가인 에릭 홉스봄으로 하여금 역사상 어느 사례에 못지않은 눈부신 산업적성공 사례인 남한 이라고 그의 큰 책 極端의 시대 속에 적게하고 있다. 50년대말만 하더라도 노동인구의 거의 80%%가 농업에 종사했으며 국민총생산의 거의 4분의 3이 농업부문에서 나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 이르면 국내 총생산의 10%%만을 농업부문이 차지했으며 비공산세계 제 8위의경제규모를 갖게 되었다고 적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한국은 있는 나라가 촉발하는 경계의 대상마저 되는 감이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회사가 원목 벌채를 위해 아마존 분지 서쪽의 거대한 열대림을 사들이고 있다며 비난하는 이태리인 선교사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재벌이 영국에 전자제품 공장 건설을 위해 부지를 확보했는데 왜 국내 기업을 홀대하고 외국회사를 보조해주느냐는 영국 기업 대표의 불만이 보도되기도 한다. 우리의 경제성장을 실증해주는 사례이며 우리로 하여금 착잡한 긍지를 느끼게도 하는 대목이다.
우리사정 아직 각박
그렇지만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 대열에 끼어든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떠한 환상을 가져서도 부추겨서도 안된다. 경제성장의 壯觀이란 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개인당 국민생산은 유럽에서 형편없는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포르투갈보다 나을까 말까한 정도이다. 최근에 나온 유엔의인간발전 보고서 는 삶의 질을 측정한 인간발전 지표상으로 바르바도스, 바하마에 이어 한국이개발도상국에서 상위를 차지한다고 적고 있다.
캐나다 1위, 일본 3위, 영국이 16위를 차지한 선진국으로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 어디까지나 개발도상국이며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경제성장의 양지쪽만 보고 자만하기엔 우리 사정은 가혹하며 각박하다. 유엔보고서는 5가지 형태의 소망스럽지 못한 성장을 적고 있다. ①일자리없는 성장 ②부자만이 득보는 무자비한 성장 ③국민의 소리없는 반민주적(反民主的)인 성장 ④지속될 수 없는 미래없는 성장 ⑤문화적 정체성을짓밟는 뿌리없는 성장이 그것이다. 일거에 모든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성급한 의욕이나 초조한 기대가 빚어내는 정치적 급진주의의 시행착오를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그리고 모든 시행착오중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반인간적(反人間的)인 것이 정치적 시행착오임은 말할 것도 없다.반성 요구되는 시점
그렇지만 우리의 성장속에서 발견되는 소망스럽지 못한 국면과 요소를 못본체 할 수는 없다. 과소비 현상이 보여주는 부의 편재, 배경과 돈이 있어야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냉소주의, 재산공개가 드러내준 바와 같이 고위 공직이 재산축적의 지름길이 되는 풍토,너무나 빨리 밀어닥친 소비주의와 환경파괴, 폭력 만연과 생명의 경시, 공공(公共)의식과 도덕심의 전반적인 붕괴및 지역주의의 발호, 미숙한 대중문화의 창궐등 음지의 마이너스 수치가 양지의플러스 수치를 위협하고 있다. 참으로 소망스러운 성장을 위해서 우리 모두의 반성과 자기검증이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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