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역시 어학연수, 배낭여행 등으로 국제선 대합실에 몰려든다. 해외여행은견문을 넓히고 정신을 다시 젊게 하는 좋은 레저다. 너나없이 여유가 없었던경제개발의 시대에 열심히 일한 노부부가 외국에서 휴양을 즐기는 모습은 정당한 인생의 보상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요즘 이같은 해외여행이 사회 일각의과소비 풍조와 맞물려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다.
즉물적 과소비 한심
해외에서 돌아오면서 비싼 물건을 사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원화 절상과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 경제활동영역의 세계화등으로 해외여행이 거의 모든 국민의 관심사로 바뀌었을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귀에 따가운이야기지만 무역적자가 1백억달러가 넘는다는 나라 살림을 걱정하지 않을 수없다. 국가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해외여행은 더욱 더 즉물적인 과소비로흐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쇼핑이다. 안그래도 웬만한 외제품은 국내에 다들어와서 거리마다 최고급 외제 브랜드로 치장한 꼴사나운 사치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해외현지에서 오리지널 을 사오겠다는 사람, 국내에 없는 더 특별한 브랜드를 사오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로 한심해 보인다.
해외에 나가 담백하고 검소하게 처신할 줄 아는 것은 능력이다. 본래 청빈(淸貧)이라는 것은 귀족주의적인 사상으로 머리에 든 것이 있고 어릴 때 배운것이있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 조화와 균형이 존재했던 조선시대, 해외에 나갔던 선비들은 모두 품위가 있다며 존경을 받았다.학봉 김성일을 주인공으로 한 미야모토 코호키(宮本德藏)의 소설 왕사 , 창강김택영을 평한 량치차오(梁啓超)등의 여한십가문초 서문등 많은 기록들이 일본과 중국에 나갔던 조상들이 얼마나 청빈하고 기품있게 보였던가를 말해준다.외국인들도 비아냥
유럽에 가면 사치품 사재기, 중국에 가면 돈자랑, 동남아에 나가면 보신관광에곰발바닥 사냥까지 하는 우리는 조상의 유훈을 아득히 잊은 것이 아닐까. 지금우리의 해외여행은 경멸당해 마땅한 졸부들의 허세로 점철되어 있다. 과거 경제개발의 시대에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했던 작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것이다. 지금 외국에 어떤 소설가가 있어 이런 황당하고 요란한 한국관광객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긴다면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과 어떻게 비교될 것인가.후손들에게 길이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여행은 그 자체가 인간을 겸허하게 한다.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하찮은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말, 낯선 문물,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그런 공포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해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무언(無言)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양반의식 되살리자
이제 살림이 좀 펴졌다고 분에 넘치는 허영을 부리는 것은 남에게 천하게 여겨진다. 쇼윈도 앞에 바글바글 모여서 입을 헤벌리고 하우 머치 를 연발하는 한국 관광객의 모습을 그 나라 사람들이 비웃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해외여행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세계의 존경을 받지 못할것이다. 몸이 해외에 있을수록 양반은 얼어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건전한 체면의식을 되살리자. 어지간한 물질 앞에서는 팔짱을 끼고 턱끝을 치켜들 줄 아는 자부심을 갖자. 그래서 돈을 쓸 때는 나라 안에서보다 두배, 세배 거듭 생각하고 너무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절약하자. 이것은 내 나라의 달러가아깝다는 에고이즘이 아니다. 내 나라의 품위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진정한애국심의 발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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