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학교육, 백년대계의 눈으로 내다보자

유럽으로 바캉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대구 명문대 장학생 두명이 파리에서 겪은 실화(實話). 샹제리제거리쪽에서 행인을 붙잡고 루브르박물관 가는 길을 물었다. 열심히 영어로 질문을 던졌는데 듣고있던 파리쟌은 계속 고개만 갸웃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영어로 말해주겠어요 아마 그 파리사람은 동양에서온 젊은이들이 프랑스어로 뭔가 말하려고 한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영어랍시고 열심히 물었는데 듣는 사람은 영어인지 불어인지조차 모를정도로 발음이 엉망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학교의 외국어 교육이 부실하고 실용성 없는 껍데기 교육이란 얘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 가 아니다. 교육은 그러면서도 실상 대기업 수준의 직장다운 직장에서는 영어가 모자라고는 직장 에서 베겨날수 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어떤 앞서가는 기업은 사내방송도 영어로 해버린다. 사무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영어방송을 못 알아 들으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건지도 모르게 된다. 내일은 임시휴일이라고 방송했는데 이튿날 혼자 출근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생길수도 있다. 바보사원이 되는 것이다. 동료에게 방금 방송한 내용이 뭐냐고 묻고 다니느니 차라리 사표를 쓰는게 낫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다.

간부들 회의는 자리에 앉자마자 회의가 끝날때까지 한국말은 한마디도 없는 기업도 있다. 영어가 않되면 떠나라는 얘기다. 떠나라는게 아니라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 물빛 아는 학부모들은 애들을 해외어학 연수길에 내몰게 된다.

학교 어학 교육만 믿고 있다간 자식이 어렵게 취직해 보았자 한달도 못버티고 저절로 밀려나오는 꼴을 보아야할 판인데 연수 안보낸 이웃집 이목가릴게 어디있겠느냐는 생각도 갖게 된다. 현실이 이렇고 보면 요즘 말들이 많은 해외어학 연수바람을 무턱대고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몰아 칠것도 못된다.

실제 독일의 괴테연구소나 영국의 어학학원 같은 해외어학 연수기관의 교육수준이나 방법, 내용 은 놀랄만큼 이라고 해도 좋을만치 효과적이다. 1년만 거치고 나오면 국내에서 중.고.대학 10년 에다 찔금찔금 학원에 3년을 다녀도 안들리던 외국어 TV방송이 돌아앉아서도 귀에 꽤 들어오는 걸 체험할수 있다.

그러나 4주짜리 연수같은 관광수준의 단기교육은 해외어학연수를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볼때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장담 할수 있다. 그야말로 허튼 과소비일뿐 효과적인 교육은 못된다. 한달 짜리 어학 연수로 외국어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세계화되지 못한 티를 내는 짓이다. 최근 해외 어학 연수 바람과 해외여행을 두고 정부나 언론은 관광수지 적자문제가 과소비 성향에 젖어있는 국민 의식수준 탓이란 백성탓 으로 나무라고 떠넘기는 인상이 짙다. 지나친 과소비는 분명 지금의 우리 경제 형편으로는 자제 돼야 한다. 그러나 이시점에서 우리가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어느 시대 어느나라 국민들이든 인간답게 그리고 이왕이면 보다 인생을 즐기고 싶어 하는것은 행복추구의 당연한 권리다.

그리고 그런 행복과 목표를 위해 땀흘리고 일하고 뛰고 그리고 세계속에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각자 형편에 따라 해외로 나간다. 그걸 관광수지 적자니까 너무 나가지 말라는 식으로 몰 아가는건 분명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해외 어학연수가 외화를 까먹는것 같지만 미래를 위한 교육비 투자라고 생각하면 많 이 내보낼수록 나쁠게 없다고 본다. 일본에는 지금 연수붐이 수그러들었다지만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세계화된 인재가 필요했던 60~70년대는 지금의 우리 못지 않은 해외 도전이 있었다. 그 인재들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쪽이나 언론이 소수 연수생들의 호화 과소비만 부각시켜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근다는 식의 분위기를 유도해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해외연수바람이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백년대계의 교육적 안목에서 더욱 장려해야 옳다.

다만 흥청거리는 관광성 부실 단기 연수만은 자숙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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