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선원 외국선적 승선 실태

"運命에 내맡긴 '안전사각지대'"

페스카마 15호 선상반란사건으로 인한 한국인 선원집단피살사건을 계기로 국내외 선박에 승선중인 우리 원양선원들의 신변안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사건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 차례 출항하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0개월씩 망망대해에서 생활하는 원양선원들은 한마디로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적선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은 국내법과 우리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있지만 외국 선적의 원양어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선원들은 말그대로 운명(運命) 에 목숨을 내맡긴 채 하루하루 불안속에서 어로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외국선적의 선박에 취업해 있는 우리 선원은 상선 7천4백98명, 어선 2천1백35명 등 9천6백33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선원은 적어도 선박이 해상에 머무는 동안은 선장에게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어 태풍 등 자연재해는 물론 간부선원 또는 동료들로부터의 폭력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이들은 국내 선원관리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만 선원관리회사는 임금이나 취업에따른 국내에서의 행정절차만을 책임질 뿐 안전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못하는데다 대부분의 외국선적어선들은 선주나 선장, 선원의 출신국이 다양해항상 문제발생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박 및 선원관리업체 등록을 받을 때 기준을 엄격히 심사하고사업 시행시 지침을 엄격히 지키는 한편 사고시 충분한 보상책을 마련하도록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외국선적 선박의 경우 국내 선원법의 적용을받지 않아 사실상 사후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페스카마호의 경우 선적은 온두라스지만 선주는 오만인이고 선원은 한국인과인도네시아인, 중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선주가 배를 구입해 사업절차가 간편하고 세금이 싼 온두라스나 라이베리아 등 제3국에 배를 등록하고 각국에서 선원을 모집해 고기를 잡아 이를 처분한 돈으로 선원 임금과 선박 운영비를 충당하고 이익을 남기는 형태여서 선박.선원에 대한 관리는 부실할 수 밖에 없으며선내 폭력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해외취업선원사고는 모두 4백21건이 발생, 4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3백81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업무상 사고는 2백96건에 사망.실종 31명, 부상 2백65명이며 폭력 등업무외 사고는 1백25건이 발생, 9명이 사망.실종되고 1백16명이 부상했다.

특히 업무사고로 보고된 사건중에도 폭력이 많았다는 게 선원들의 주장이고 보면 원양어선의 선상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선상폭력은 △선원들에 대한 선장의 폭행 △하급선원에 대한 상급선원의 린치△동료선원간의 폭행 △하급선원들의 반란 등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선박에서 발생한 선상 폭력사건 1백35건 가운데 선원에 대한 선장의 구타는 2건, 상급선원의 하급선원 구타는 46건, 동료선원간 폭력은 80건, 하급선원의 반발은 7건에 이르러 선장을 포함한 상급선원의 폭력과 동료선원간다툼이 선상폭력의 주류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선상폭력은 대부분 선상에서의 경제적, 인격적 처우를 놓고 간부 선원과하급선원간, 일반선원과 동료선원간의 충돌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지난해의 경우 우리 선원 1만2천8백7명이 1천7백21척의 제3국 선적 상선과원양어선에 취업해 모두 4억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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