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시간이 날 때면 조상들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나선다. 혼자 일때도 있고 여럿이갈 때도 있다.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경주 남산을 오른다. 남산은 변함없는 목적지이며 가도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우리겨레의 얼이 담겨 있고 민족의혼이 살아있는 성스러운 산이다. 골짜기마다 역사가 있고 바위마다 신라의 숨결이 새겨져 있다. 누구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박물관의 인공조명 아래에서 박제된 듯한 유물과는 그 차원이 다른 곳이다. 비가와도 좋고 눈이 오면 그저 그만이다.

동틀 때와 황혼무렵은 말로 할 수가 없다. 사시사철 주야간에 우리의 가슴을여미게 하는 곳이다. 또 계곡과 산은 그 자체 만으로도 철따라 변하는 아름다움이 있어 그냥 등산을 해도 즐겁다. 그리고 코스도 다양하다.

이러한 남산도 사람들의 손길 때문에 조금씩 변하고 있어 안타깝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염불사 스님이 있던 피리사 터를 보면 이 시대의 우리가 하는 짓을 알 수 있다. 쌍탑자리 가운데로 길을 내고 집을 지어 언젠가는 저곳도 옛모습을 찾아야지 하는 마음을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얼마나 센 힘으로 저런 일을 저질렀을까? 이런 일이 어찌 피리사 절터만이겠나? 서라벌의 거룩한 남산도 이제는 더 이상 성역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문화에 대한 인식이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거리가 한참멀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대로 나마 남겨두어 더 이상 부서지지나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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