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사본부가 밝힌 선상반란 진상

"범인들, 日에 밀입국 계획"

페스카마 15호의 조선족 선원들은 강제하선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치밀한 사전계획하에 갖가지잔학한 방법으로 한국인 선원 7명 등 11명을 집단살해하고 일본 등으로 밀입국하려 했던 것으로확인됐다.

해경수사본부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본다.

▲출항

페스카마호는 지난 6월 7일 오후 2시 선장 최기택(崔基澤.33)를 비롯한 한국인 선원7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10명을 태우고 만선의 꿈에 부풀어 부산 남항을 출항.

열흘뒤인 16일 티니안섬에서 2등 항해사 전재천(全在千.38)씨 등 조선족 선원 7명을 추가로 태우고 같은 달 27일 남태평양 피닉스섬 북쪽 90마일 해상에서 조업에 착수.

▲1차 난동 및 조업거부

조선족과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작업이 서툴러 선장 최씨가 그물 던지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실시. 그 중 유난히 기술습득이 더딘 조선족 이춘승(李春勝.28)씨에게 몽둥이로 기합을 주자 이씨가 선장의 뺨을 때리며 반항.

이로 인해 한국인 선원과 조선족 및 인도네시아 선원 양측이 도끼와 칼 등 흉기를 들고 대치하는상황 발생, 선장이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수습. 이후 조선족 선원들은 매일 1~2명씩 몸이 아프다는이유로 조업불참.

29일에는 1항사 이씨가 다음날 작업준비를 지시했으나 거부하며 전면작업 거부돌입.▲조업중단 및 회항

이에 선장 최씨 등 한국인 간부선원들은 더 이상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30일 징계위원회를열어 최만봉(崔萬奉.27)씨을 제외한 조선족 선원 6명을 하선시키기로 결정, 통보한 뒤 하선각서를받음.

8월 2일 0시 선원을 교체하기 위해 사모아로 회항 시작.

▲범행모의

조선족들은 하선이 결정되자 8월 1일 오후 8시 최일규(崔日奎.26)씨의 선실에 최만봉씨를 제외한6명이 모여 전재천씨의 주도 아래 △한국선원 전원살해 △선박탈취후 일본이나 한국으로 밀입국△흉기준비후 선실대기 △전씨 당직때 범행 결행 △이용가치가 있는 1항사 이씨는 살려둘 것 등치밀한 사전계획을 마련.

▲범행동기

이들은 중도하선할 경우 조업거부와 선상난동 등 계약위반으로 송출회사 보증금으로 지불한 인민폐 5만원(한화 5백만원 상당)이 몰수되고 조업손실보상금 요구 등으로 가정파탄이 올 것을 우려해 아예 배를 탈취, 일본이나 한국으로 밀입국, 돈을벌어 귀국하기 위해 선상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남.

▲반란

전씨가 당직근무를 하던 2일 새벽 3시부터 전씨가 먼저 선장 최씨를 조타실로 유인하자 기다리고있던 나머지 5명이 흉기로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오전 7시까지 4시간 동안 갑판장 강인호(33), 기관사 박종승(32), 조기장 김창열(36), 조리장 서장주(45),기관장 김신일(53)씨의 순으로 차례로 살해한 뒤 시체를 수장.

반란에 동조하지 않은 조선족 최만봉씨와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을 냉동창고에 들어가 미끼용 참치를 꺼내오도록 시켜놓고 밖에서 문을 잠가 동사시키려 했으나 냉동기 고장으로 살아 있자 7일 오후 8시께 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쳐 실신시킨 뒤 바다에 수장.

또 맹장염을 앓아 귀국하기 위해 2일 탑승한 212동원호 실습기사 최동호군(19)은 범행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을 위협해 최군을 산 채로 바다에 수장시키도록 강요.▲증거은폐

범행후 조선족 선원들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손에 묻은 피를 조타실옆 갑판의 해수 펌프에서 씻은 뒤 조타실내 카펫과 흉기, 피묻은 옷 등을 바다에 버림.

특히 조타실내 벽 등에 묻은 핏자국은 돋보기와 물걸레로 지움.

선박을 탈취한 조선족 선원들은 1항사 이씨를 위협, 배를 일본으로 몰도록 요구. 23일 새벽 5시께전재천이 인도네시아 선원 6명을 마저 살해하려는 것을 1항사 이씨가 무인도에 내려 살도록 하자고 설득, 생명을 구함.

▲반란진압

24일 오전 10시께 일본 도리시마 북서쪽 5마일해상에서 좌현쪽의 연료가 모두 소모돼 선체가 오른쪽으로 10도 가량 기울어 항해가 불가능해지자 기관을 정지시킨뒤 조선족 5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이 어창에 들어가 어획물의 위치를 조정하다가 1항사 이씨가 눈짓 등으로 신호를 보내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재빨리 빠져나온 뒤 어창문을 닫아 감금.

이어 조선족 선원들의 고함소리를 듣고 어창으로 내려온 전재천을 이씨 등이 합세해 함께 가둬반란진압 성공.

▲구조

반란을 진압한 이날 오전 11시께 부근에서 조업중인 일본어선 미아코호를 발견, 고함을 질렀으나알아채지 못해 이씨와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이 헤엄쳐가 선상반란사실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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