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까마귀, 선전만 잘한다고 백로가 되나

거짓말도 세번이상 계속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히틀러의 나치시절 선전의 귀재로 명성을 떨쳤던 겟벨스의 선전논리다. 실제로 그러한 정치적 선전논리를 지녔던 그는 히틀러를 신격화된 국민적 영웅으로 상징시키기 위해 총통이 대규모 군중집회에 참석할때는 반드시 군중이 기다리는 시간을 가급적 길게 잡고 헬기를 착륙시키되 군중의 머리위에서 몇바퀴를 선회한 뒤에야 환호속에 내리 도록 연출했다.

그것도 주로 조명효과가 좋은 야간을 자주이용하면서…. 독재자라는 거짓을 환상적인 선전을 통 해 민족의 영웅이라는 진실로 조작해낸 것이다. 선전과 홍보는 정치적 권력집단이건 자본의 힘을 지닌 기업이건 어느 시대에나 필요로 하게 돼있다. 독재자든 민주국가의 통치자든 주먹속에는 두 개의 호두알만 쥐고 있으면서도 대중에게는 열개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선전의 욕 망과 정치적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라 봐야한다.

신한국당과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짜면서 국가 주요시책 광고비 를 1백억 5천 4백만원으로 책 정, 야권으로 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있는 모양이다.총예산이 72조원임을 감안하면 1백억원 남짓 한 광고비쯤이야 논란거리가 되는 자체가 시답잖다 할수 있겠지만 예산항목이 다분히 대선과 맞 물려 이해되기 쉬운데다 예년의 광고비예산에 비해 한꺼번에 무려 47%%나 인상됐다는 상식을 벗 어난 데서 시비가 일수 밖에 없다.

국가 주요시책 광고비 예산은 지난 92년부터 4년간 매년 17~20%%선으로 인상돼왔다. 그게 대선 이 있는 내년에 갑자기 2배이상 인상하겠다니까 비단 대선 경쟁자인 야권이 아니더라도 고개가 갸웃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여당과 정부의 인상논리는 더더욱 바담풍 같은 허황되고 거짓스런 논리로 비쳐지고 있다. 우선 광고 제작 비용이나 광고비가 15-22%%상승 했으므로 실질광고비 증가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 그것 이다.

물가를 4.5%%미만으로 잡는다고 경제장관까지 갈아치운지가 어저께인데 광고관련 비용이 22%%나 올라서 라는 얘기가 무슨 해명이 되는가. 솔직히 지금 전국의 대다수 신문들은 광고비를 오히려 낮춰가며 광고전쟁을 치르다시피 고전하고 있다.더더욱 정부 여당이 신사답지 못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가 광고비 증액 결정 바로 며칠전 대기업들에 대해 광고 선전비를 많이 지출하는 기 업은 세무조사를 우선 실시 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온갖 규제, 제한, 간섭에 의해 기업경영과 국가 경쟁력 강화가 매끄럽지 못하다 는 비판이 있어온 터에 기업 경영의 가장 자유로운 영업활동이며 표현의 자유인 광고에까지 세무 조사라는 칼날을 들이대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부 시책홍보 선전비는 곱절이나 늘이려 드는지 이 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야권이나 언론쪽의 시각이다.

한마디로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밥줄인 기업광고 돈줄을 광고비지출 규제조치 명목으로 압박하여 언론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정략이란 의심을 살만한 조치였다.국민 세금인 정부 선전비는 곱절씩 늘려서 펑펑써야 국민 통합이 강화 되고 기업이 자기가 번돈으로 불황탈출과 기업활동을 위해 하는 영업광고 비용 지출은 줄이라는식의 정치쪽에 편향된 선전논리는 국민들의 통합된 공감을 얻을수 없다.

정치선전은 항상 정치적으로 악용 된다는 우려는 당장 정부 여당들의 선전 형태에서 나타났다. 최근 신한국당 정책팀이 청와대로 부터 지시 받았다는 홍보 선전 지침 에는 최근 경제 상황의 원인이 문민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있다는 논리를 철저히 예방할 필요가 있으므로 한국 경제 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적 시각을 홍보에 활용하라 는 요지의 내용이 있다는 보도다. 이미 경제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 거덜나는게 아니냐 는 공포감을 가질 정도로 어둡게 느끼고들 있는데 경제가 낙관적이라는 선전을 세번 네번이라도 반복시켜 정말 낙관적이라는 진실 로 만들자는 겟벨스식의 사고가 아닌지 두렵다.

진심으로 낙관적인 경제를 만들겠다면 선전비를 한푼이라도 더 깎아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실천을 보여야 한다.더이상 말은 필요없다. 신한국, 새정치 따위의 번지르한 신조어(新造語) 도 이젠 지겹다. 정직해 보이는 실체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가장 좋은 선전이다. 까마귀는 아무리 선전을 잘해도 백로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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