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뽀꾸리 절(寺)

일본에 뽀꾸리 절이라는 별난 절(寺)이 있다.

몇년전 교오토에 세워졌다는 이절은 나이많은 노인들이나 노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찾아와 죽을때 병치레나 고통없이 죽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는 절이다. 뽀꾸리 (ポツクリ)는 우리말로 치면 꼴까닥 이란 의미다. 말하자면 죽을때 병 석에 오래누워서 고통받고 추해지고 자식 고생시키지 않고 편하게 꼴까닥! 숨 이 넘어가게 해달라고 축원하는 절인 셈인데 이게 얼마나 인기가 좋았던지 1년 새 절 신축비가 빠지고도 남을만큼 참배객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는거다. 몇몇 복많은 노인들은 뽀꾸리 절에서 축원하던 사이 정말 그자리서 꼴까닥 숨 을 거둬 뽀꾸리절 영험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산다. 뽀꾸리! 하고 죽 기 전까지는 몸이 움직일수 있는한 어떤 일이든 일 을 하는 것이다. 몸과 시 간을 허랑방탕 버리질 않는다.

삶 그자체를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함으로써 경건하게 여기는 정 신이 배여있다.

80노인이 18년후 일본이 달나라에 우주선을 띄워 올릴때 우주여행을 해보겠다 고 무중력 유영 연습장에 비싼 강습료를 내고 다니는 것은 객기가 아닌 삶에 대한 도전의식 이랄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 세상이 되니까 몇대째 가업으로 이어 오는 6개월~1년동안 변질 되지 않는 무첨가물 두부 제조 기술을 인터넷에 선전 ,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문 이 쇄도한다는 얘기나 책방에 노인용 인터넷 사용법 서적들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신기한 한담거리 차원을 넘어선 무서운 얘기다.

육체와 정신을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가 넘쳐나는건 젊은이들 의 일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중으로 빨리 끝마쳐야 하는 일거리가 있 을때 항상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부하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이 일본 직장에서의 사고방식이다.

바쁜 부하는 내일도 할일이 태산같으므로 일을 내일로 미룰수가 없다. 어떻게 하든 오늘중으로 시간을 쪼개거나 야간 근무를 연장해서라도 해내야 내일 일이 안바빠지기 때문에 틀림없이 재빨리 그날중으로 매듭지어 보고해준다. 반대로 느려터진 할일없는 친구에게 시간이 많으리라 믿고 일을 맡겼다가는 내 일도 시간이 넘치고 넘친다는 생각때문에 미뤄버리기 쉽다는 얘기다. 상식을 뛰어넘는 일본식 사고다. 지금 외국의 언론들로부터 임종직전 이라고 까지 깎아내려져 혹평받고 있는 빈사상태의 우리경제를 놓고 대통령이 10%%경 쟁력 얘기를 하니까 당장 어느 재벌회사 간부가 30%%하자고 해도 1%%가 될까 말까한데 도데체 10%%구호로 무슨 정신무장을 시키겠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며 경제무책과 느려터진 기업.근로자 생산성을 비판하는 소릴 들은적이 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사람들이 덜 바쁘게 움직이는것 같다. 지도층의 사고도 소극적이고 진폭이 좁다. 얼핏 보기로는 오히려 옛날보다 더 바쁘게 설 치고 거창해진것 같은데 생산성은 이웃나라들보다 3배 가까이나 쳐지고 저효율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저 각자 제 이익과 집단 이기주의의 몫을 지키고 챙기고 누리는 일에만 더 집요하고 바쁘게 움직일뿐 전부와 다수의 공익을 위해 희생적으로 일하고 뛰는 바쁜 분위기는 점점 식어져 가고 있다. 다시한번 바쁘게 살아볼수는 없는 것일 까. 호화판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미쳐버린듯한 세상탓이나 하며 나의 일손까지 놓을건 없다. 넓어지고 복잡해지는 세상, 사람사는 동네엔 어차피 이런 저런 한심한 무리들이 좁쌀만큼씩 있게 마련이다.

세상 한구석이 미쳐있든 말든 정말 열심히,바쁘게 사노라면 매스껍고 아니꼬운 걸 느낄 여유조차 없게 된다.

미워할 틈도 없다. 밉다고 남을 죽일 틈은 더더욱 없다. 고급차를 탄다고 무고 한 여인을 암매장 했다는 20대들도 어떻게 보면 바쁘게 살지 않아서 그렇다. 다시한번 다같이 앞을보고 바쁘게 뛰어보자.

정치든 경제든 잘못되면 나라전체가 뽀꾸리! 할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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