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페인-쿠바관계 악화

새로 출범한 스페인 보수정부와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와의 불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스페인과 쿠바의 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쿠바가 스페인을 향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대(對) 쿠바 강경노선을 유도하는 '극악무도한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난 26일 호세 코데르치 신임 스페인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을 철회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쿠바의 이같은 조치는 코데르치가 스페인 보수 일간지 ABC와 가진 회견에서 "쿠바는 국제법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반(反)카스트로 세력과 대화하기 위해 문호를열어 놓겠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쿠바의 조치에 대응 아불 말투테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코데르치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을 승인했던 쿠바가 이를 다시 철회함으로써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경고한 데 이어, 27일 보복조치로스페인 주재 쿠바대사를 축출하는 조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가 국내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도록 하기 위해 위기상황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쿠바가 스페인과의 관계에서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새로 집권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의 정부에 대외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강경 보수정객인 아스나르 총리는 이달초 유럽연합 회의에서 쿠바의 민주화와 정치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對)쿠바 강경정책을 주장해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의 심기를 건드렸다.여기에 칠레에서 열린 이베로-아메리칸 정상회담에서 "내가 반대하는 것은 쿠바 자체가 아니라쿠바 집권층"이라고 한 아스나르 총리의 공개적 비난도 이번 사태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양국관계가 파경에까지 이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 본다.

우선 스페인에는 아직 국민들 사이에 쿠바에 대한 동정심이 깊게 흐르고 있는데다 쿠바와의 경제관계도 돈독하다는 점때문에 이번 사태가 정치.경제적 악재로 작용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정부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현재 쿠바에 대한 주요 투자국의 하나로 호텔을 비롯한 관광분야와 담배산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呂七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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