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 인구 5년째 감소

한반도보다 80여배나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북한을 합친 인구보다 2배의 사람이 살고있는 러시아가 최근 해마다 계속되는 인구 감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소련 붕괴와 경제개혁으로 급격한 변화와 혼란이 시작된 지난 91년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인구 문제가 이제는 국내 전문가들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등 국제기구로부터도 '자연재해'에 해당한다는 경고를 받기에이른 것이다.

러시아 국가통계위원회와 WHO등의 통계와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구 감소 현상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92년 이후 해마다 사망률에 비해출생률이 낮아 인구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 예로 올 상반기 모스크바에서는 6만6천여명이 사망한데 비해 신생아는 3만4천여명에 불과해출생이 사망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불안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러시아인들이 아기 가지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보다 훨씬 혼란한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도 아기는 계속 태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높은 러시아에서는 사회 현실이나 열악한 생활 조건이 바로 출생률을 위축시키 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의료 전문가들은 미국에 비해 2배가 넘는 영아 사망(1세미만에 사망한 영아)률을 내세우면서 열악한 의료 수준과 생활조건도 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낮은 출생률의 다른 이유는 임신 중절이 자유로운 현실을 들 수 있다. 지난 해 페테르부르크에서는 3만5천여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임신중절 수술은 8만여건에 달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을정도로 러시아는 '낙태 천국'이다.

"러시아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생명력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가운데 인구 감소 문제가 전반적인 국력의 감소와 더불어 민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제기되고 있다.

인구 감소를 주도하는 것이 주로 슬라브게인데 반해 회교도등 소수 민족들은 다산(多産)과 일부다처 등의 전통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민족국가인 러시아에서 주류인 슬라브계의 비중이 자꾸만 줄어들면 소수민족의 독립 욕구 증가로 민족분쟁이발발하는 등의 예기치 않은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민족 문제 전문가들의 우려이다.얼마전 러시아 하원에서는 민족주의계 한 의원이 민법을 개칭,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등 제도적으로 다산 정책을 뒷받침하자는 제안을 내어 놓았는데 의외로 여론의 진지한 반응을 얻었다. 그만큼 인구 문제의 심각성에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근본적인 사회적 원인들을 제거하지 않는한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결정판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