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제 침몰하나 (중)

"섬유·건설한파 전업계 강타"

연쇄부도의 끝은 어디인가. 자고나면 들려오는 부도소식. 지역 중소기업인들은 매일 가슴을 졸인다. 강건너 불이 아니다.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른다.

이제 혼자만 경영을 잘해도 안된다. 거래 업체가 부도나면 '남의 운'에 넘어가는 수가 있기 때문.방어경영이 필수적이다.

모든 안테나를 총동원해 거래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한계가 있다.수상한 기미가 보인다해도 어쩔수없다. 이미 거래규모가 커져 발을 뺄수없는 입장에 놓인 경우가 많다. 상황은 심각하다못해 절박하다.

지역기업의 불황은 이미 국제 바이어들에게조차 소문이 나있다. 섬유업계에는 연말까지 추가로10개안팎의 업체가 도산할것이란 소문이 공공연하다. 홍콩 현지바이어들도 이들업체의 리스트를작성해 거래를 중단하고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더큰 문제는 불황의 끝이 보이지않는다는 점. 지역주력 섬유와 건설이 흔들리면서 파장은전업계로 확산되고있다.

대구지역 산업생산은 95년3월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고있다. 지수는 95년 2/4분기 1백1·3을 정점으로 지난 3/4분기 85.4까지 하강곡선을 그리고있다. 이같은 생산위축세는 엔약세로 인한수출감소, 경기둔화에 따른 내수부진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 여기에 금년이 최악의한해로 기억될 주택건설경기 침체가 가세, 체감경기는 지표상보다 훨씬 악화돼있다.업종별로도 전망이 나아질 분야는 보이지않는다. 섬유업계는 통상 11~12월이면 해외바이어들의주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기대조차 힘들다. 중국의 설날(구정)특수도 예년에 턱없이 못미칠것 같고 다른지역도 이미 쿼터가 소진돼 연초까지로 주문이 바닥날전망.

정부의 긴급자금지원이 이뤄져도 담보력이 한계에 달해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귀속을 앞둔 중국의 인위적 부양책으로 내년 3월이후 수출이 일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더욱 취약해질 전망이다.

불황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주택건설업계는 이번 겨울넘기기가 걱정이다. 겨울철에는 분양이 끊기는데다 최근의 '한서사태'등으로 중도금 납부실적이 저조하기 때문. 자금압박이 갈수록심해질 수밖에 없다.

미분양 물량은 2천8백35세대. 전년말 4천9백40세대보다 크게 감소했으나 이는 적체분 해소라기보다는 신규분양이 감소한 탓이다. 금년중 대구지역 공급물량은 36개단지 1만6천65세대로 전년의40개단지 2만9백35세대보다 크게 줄었다. 사업물량이 줄면 수입도 비례해 감소, 자금압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대선이 있는 내년 봄이후 경기회복이 되지않으면 위기국면이 가시화될것으로 우려하고있다.

유통업계서는 가격파괴 할인점등 대형업체의 신업태 공세로 중소업체 도산이 줄을 잇고있다. 특히 가격파괴할인점 주변 영세슈퍼, 전자대리점, 전문점의 몰락이 두드러지고있다. 지난9월중 도소매업체 부도는 1천94건으로 올들어 매달 10%%정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불황을 모르던 지역 백화점들도 고전은 마찬가지. 매년 20~30%%의 두자리수 고성장을 구가하던백화점들은 올들어 8~9%%의 한자리수 성장에 머물고있다. 체감물가상승률(10%%)을 감안하면마이너스 성장인 셈. 명절경기도 예전같지 않다. 섬유, 건설경기 부진여파로 한달앞으로 다가온연말과 설정에도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기계업계는 업종내 경기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섬유, 공작기계는 수출및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일반기계, 금속제품 내수는 보합세를 유지하고있다. 섬유경기와 맞물려 돌아가는섬유기계는 업체들의 시설투자 기피로 내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정상조업비중이 65%%로 하락했다. 다만 일반기계, 금속제품은 보합세를 유지하고있다. 1천여개의 역내 자동차부품업계는 하반기들어 판매신장률이 크게 둔화되고있다. 2, 3차 협력업체의 경우 어음결제기간이 종전 3개월에서6개월이상으로 연장돼 자금난을 겪고있다. 또 대기업의 원가절감운동으로 인한 단가인하 압력이채산성을 악화시켜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池國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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