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들이 보는 탈북 실태

지난 90년대 이후 북한을 탈출, 중국과 러시아 등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최소한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추정해온 탈북자수 1천~2천명을 훨씬 넘는 것이다.

또 탈북을 감행한 사람들은 외화를 소지하고 있거나 외부세계에 의지할 수 있는 안전판을 가진사람들뿐이므로 현실적인 여건이 구비되지 않아 탈출기회만을 엿보고있는 '잠재적 탈북자들'까지합쳐 탈북자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따라서 수십만명이 동시에 북한을 탈출하는 대량탈북사태가 이제는 단순히 우려수준을 넘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당면문제라는 것.

북한문제연구소 권민웅(權敏雄)소장은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을 포함해 지난 90년대 이후 북한을탈출, 현재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는 1만여명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지 한국대사관이나 제3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으로의 귀순을 타진하고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귀순이 허용되는 경우가 오히려 이례적일 정도라는 것.

특히 이들은 북한당국이 파견한 체포조들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신분위장을 위해 현지 주민이나조선족들과 결혼한 경우도 많아 우리정부로부터 '탈북자'로서 보호를 받는데 장애물이 된 경우가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이들은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대부분 막노동이나 잡일 등 단순노무직으로 일하며 간신히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그나마도 본의아니게 체류일정이 길어질 경우 '탈북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는 조선족들의 한국방문이 어려워지자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때문에 우리정부가 탈북자들의 자격조건을 엄격히 했기 때문.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자체적으로 비밀조직을 구성, 탈북자 인권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도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북한의 식량사정과 그에따른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심리적 동경 등을 꼽고 있다.

식량사정이 악화되자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평안북도 등 국경지역에서는 중국및 러시아 사람들과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주민들의 북한체제에대한 혐오와 심리적 동요가 더욱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최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전역을 떠도는 주민들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주민들의 '탈북의 꿈'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귀순자들과 방북자들은 전한다.특히 시베리아 벌목공 등 외국에 체류하는 북한주민들의 경우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체제와주재국상황을 비교하게 되고 여러채널을 통해 남한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됨으로써 '탈북의 유혹'에 더많이 노출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의 통제체제마비도 탈북자들의 급증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고실력자인 김정일은 현재 권력상층부와 군부등을 완전장악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지방말단이나 하부조직들은 기강이 해이해져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북한사정을 밝히고 있다.

권소장은 "북한은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이를 막기위해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중국 및러시아와 협조체제를 강화해 탈북자 방지 및 색출에 혈안이 되고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다"고 말했다.

귀순자들에 따르면 국경지역 북한주민들은 탈북은 아니더라도 식량등을 구하기위해 수시로 국경을 몰래 넘나들고 있으며 설령 경비병에게 적발되더라도 곡물이나 달러화 등을 '뇌물'로 바칠 경우 무마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북한주민들사이에서는 '유곡무죄, 무곡유죄'라는 말이 만연돼 있을 정도라고 귀순자들은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정부의 탈북자대책과 관련, "현실적으로 탈북자들의 전원수용이어렵더라도 정부는 전원수용의 기본정신은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것"이라고 말했다.또 이 전문가는 "자칫 우리정부가 탈북자문제에 대해 지나친 의욕을 가질 경우 중국, 러시아 등과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등 국제기구를 통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귀순자들과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문제와 관련,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사회적응 및 생활력배양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귀순, 현재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는 한 귀순자는 "남한생활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있을지를 찾는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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