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눈

대구에 눈이 오는 날은 매우 드물었는데 요즈음 간간이 선을 뵈는 것 같아 매우 반가운 마음이다. 눈이 오면 왠지 무작정 좋다. 아마 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정서때문에 그런가 보다. 눈을 싫어하는 사람도 혹시 있을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을 것이라고 단정지어 본다.눈에는 여러가지 매력이 있는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환하게 보여 좋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덮어상큼해서 좋다. 또한 세상이 훨씬 조용하여져서 좋다. 더욱 욕심을 부려 소복소복 내려앉는 눈 쌓이는 소리도 듣고 싶어진다. 그 소리는 여인이 속옷을 벗는 소리라고 표현한 멋진 글도 머리를스친다. 아마 눈 같은 여인일 것이라는 상상도 해본다. 달리는 자동차 앞 유리창으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은 나를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탐험가로 만든다. 마치 끝없는 우주의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우산속 연인의 모습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둘이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인 것 같고 그들이 밟는 눈의 뽀드득거림 또한 이 세상의 가장 훌륭한 이중주로 생각된다. 이와같이 어린아이와 같은 감상적 생각도 있지만 어른같이 현실적인 珝℉ 있을수 있다. 눈이 내리면 교통체증이 있을 것이고길이 얼어붙으면 사고의 위험도 높아지고 눈이 녹으면 도시가 더러워 보일 것이며 어떤때는 구정물이 튀어서 나의 옷도 더러워질텐데…라는. 그러나 이같은 날에도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아질 수없다면 마음의 중요한 부분이 심하게 병들었다고 조물주에게 야단맞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한해가 저무는 12월의 눈이 오는 날만큼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에 머물러 기뻐하고 싶다.〈대구시향악장·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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