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을 상대로 한 사기사건이 최근 우리 사회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온가족이 풍비박산했다는 애절한 사연에서부터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피해 규모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제오늘 생겨난 신풍속도가 아니며, 이에 대한 방책 또한 쉽게 나오지 않을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중국과 수교한지 5년. 백두산을 보러 해마다 수만명이 몰려간 것 또한 같은 기간이다.그 세월은 조선족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조선족 1백년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한국인의 사기행각이 겉에서 연길을 때리는 것이라면, 연길을 포함한 조선족 전체를 안에서 곪게하는 것은 한국 업체 및 관광객들이 불러일으킨 부작용이다.
1백년만의 최대 위기
무엇보다 조선족은 인구가 늘지않고 있다.
중국 전체인구에서 조선족이 차지하는 비율과 자체 성장률이 다같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출산율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거의 대도시로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주거지역이 텅 비게 된 것도 문제다. 55개 소수민족중 유일하게 축구팀을 갖고있을 정도로 가장 부유하고 문명화된 조선족 사회가 곧 한족에 동화돼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높다.
특히 연길에서는 처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장가못간 총각들이 그 불만의 대상으로 지목한 쪽이 한국이다.
기업과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노래방이 번창했고 자연히 처녀들은 돈벌기 쉬운 노래방으로 빠져나가, 결혼 적령기에 있는 가정집 처녀를 찾기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연길 처녀는 북경 노래방으로 진출했고, 연길 노래방은 멀리 흑룡강성에서 온 조선족 처녀들이채워 전체 조선족 사회가 피폐해졌다"고 주중 대사관의 우리 직원은 시인했다.상황은 이처럼 딱한데 한국정부나 한국인, 조선족은 하나같이 가치 혼란에 빠져있다. 일관된 정책, 뚜렷한 역사인식 없이 갑자기 밀어닥친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는 형국이다.'인색한 동포' 불만 팽배
한국정부와 기업은 조선족을 지원하고 있지만 효율은 낮은 것 같다.
연길공항은 온통 한국기업 광고판으로 채워져 있지만 연길최대 책방인 신화서점에서 한국책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여름 서점을 찾았을 때 3천권쯤 되는 책들중 딱 2권을 발견했는데그나마 한참 지난 책들이었다.
중국 중앙민족대 황유복교수는 "조선족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잃지않아야하며, 한국 민간교육기관이 조선족 청년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맡아주어야 한다"고 지난 10월 한국에 왔을 때 밝혔는데, 신화서점 형편을 보고있으면 답답할 뿐이다.
한국인은 특히 이중적으로 처신하는 게 문제였다.
못 산다고 동정하면서도, 노점상이 우리 돈으로 1백원하는 옥수수봉지를 내밀면 마구 인상을 쓴다.
"아이구, 이런 데서 어떻게 살아요?" 해놓고는 "우리 국적은 중국"이라고 밝히는 조선족에게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연길시에 근무하는 한 고급 관리는 그 실상을 이렇게 말했다.조선족 역시 속다른 면을 갖고 있다.
도와주려는 한국, 한국인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 잘 사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동포에게 인색하게 대한다고 불만을 갖고있는 조선족이 오히려 많다"고 연변에 진출한 한 기업간부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정부가 고국방문을 제한한 데는 크게 불만인 게 지금의 조선족 사회였다. 고급관리 한달 월급의 8분의1을 팁으로 주는데도 더 달라고 노래방마다 실랑이도 한창이었다.이질감 해소등 시급
이 틈을 타 중국정부는 조선족의 지나친 한국경도(傾倒)를 막기위해 교묘한 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 정부가 연길 신공항 건설을 지원하려 하자 "중국에는 연길공항보다 더 열악한 공항이 많으므로 그곳에 지원해달라"고 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2백만에 이르는 중국 조선족 사회는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중 가장 큰 규모이다. 남북한을 동시에 드나드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조선족은 통일의 교량역을 할 수 있는 집단이다. 남북한 주민들이 이질감을 해소하고 한민족으로 거듭 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조선족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은 연길에서 몇밤만 자보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데 문제가 심화되기만 하는 것은 왜일까.
〈다음은 백두산과 신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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