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정세-황도주의.총체적 보수화

패전 반세기를 막 넘긴 일본의 우경화 지표는 어느정도인가.

자민당 승리로 끝난 지난 11월의 일본 중의원선거 결과를 놓고 우려됐던 것중의 하나는 바로 전후 보수정치를 이끌어 왔던 자민 본색의 부활이었다.

그뒤, 사실상의 자민당 단독정권 복귀로 가중됐던 이같은 우려는 독도영유권 관철등을 내건 외교정책지침, 외국요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조기실현, 집단 자위권행사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요구등 자민 보수색의 노골화로 현실화됐다.

93년 일련의 정치개혁법 탄생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간판을 내렸던 자민당내 파벌이 중의원 선거를 전후해 부활한 것이나 기업 정치헌금의 시비 재연, 금권.이익정치의 한 고리였던 족(族)의원들의 재부상등 역시 자민당의 보수 회귀를 가늠케 해주는 것들이다.

자민-사회의 55년체제를 대신해 최근 수년간 자민-신진당이 형태적으로 여.야의 주된 대립축을이루고는 있지만, 정계 재개편을 둘러싼 '보.보(保-保)연합'론이 의미하고 있듯 정책이나 역사인식에서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총체적 보수화의 한지표로 꼽힐 만 하다.이와함께 일본 국가(國歌)기미가요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완화한 일교조(일본교직원 노동조합)의노선변화, 노조세력의 반자민 노선 수정등은 경제대국화, 전후세대의 증가와 더불어 진행돼온 대중운동의 퇴조와 시민의식의 전반적인 보수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유족회, 일본군민은급연맹, 전국 신사의 결집체인 신사본청등이 막강한 조직력과 자민당의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등과 같은 전위조직을 앞세워 전후 변함없이 우익의 원점 역할을 하고있고 이같은 보호막하에 각종 행정우익단체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태평양침략전쟁의 책임을 인정하는 혁신쪽의 '도쿄재판사관'과 과거전쟁을 미화하려는 보수의 '황국사관'으로 각각 갈려 대립과 갈등이 계속돼온 역사인식을 둘러싸고 최근 역사교과서의 위안부기술삭제등을 요구하는 우익세력의 파상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상징적이다.일본의 우경화가 우려되는 것은 과거 역사에서 그것이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 개정, 군사대국화등의 정치적 요구로 분출돼 왔고, 사회적으로는 보편적인 역사정의의 부정과 편협한 민족주의의발산으로 이어져 왔다는 데 있다.

무력한 존재였던 일왕이 메이지(明治)유신을 계기로 일본 세력에 의해 신으로 둔갑된 뒤 황국사상을 앞세운 군국주의로 치달았던 배경의 하나도 바로 오도된 민족주의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안고 있는 일본의 우익세력 사이에서 전후 반세기를 지난 지금도 전전(戰前)의 황도(皇道)주의가 여전히 이념의 공통분모로 관통하고 있다는 점은 극히 우려되는 사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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