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1세기를 준비하는 태도에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할 뿐 아니라 세번째 천년기를 시작한다는 기본전제가 깔려 있다. 따라서 민관합동의 '천년기 준비위원회(Millennium Commission)'가 조직되어 준비사업의 입안, 추진, 그리고 재정충당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이위원회의 위원장은 문화부 장관 버지니아 보텀리가 맡고 있으며 각계 인사들이 고르게 참여해서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적 행사가 되게끔 유도하고 있다. 보텀리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1997년 초부터 21세기를맞이하는 3년간의 공식 카운트 다운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천일 간의 카운트 다운을 통해 새 천년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각종 행사의 지지도를 높일 계획인 것이다.기념행사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한 핵심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안정적인 재정확보. 이점은 몇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국복권의 수익금 중 상당부분을 자동적으로 위원회의 재정으로 유입하게끔 되어 있어 정부의 추가예산 없이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준비위원회는기본적으로 장기적 기념사업과 단기적 기념사업을 구분하고 있으며 두 분야에 국민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중이다. 단기적 사업으로는 런던 남동부 그리니치 천문대 근처에 건설될 세계최대의 플라스틱 돔과 템스강변에 설치될 초대형 물레방아 모양의 기념물등이 손꼽힌다.
이 계획은 전세계 시간의 기준점이 그리니치 표준시이므로 21세기가 런던의 그리니치에서 부터비롯된다고 믿는 영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기념사업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니치 사업 프로젝트의 주제가 '시간'으로 정해진 것을 보아도 여실히 증명된다. 그러나 전시효과만 노려 재정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그 돈으로 좀더 작은 사업을 여러개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와 그리니치 돔의 건축은 일단 좀더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사업의 기본구도는 외형적 과시를 되도록 배제하고 내실있고 의미있는 사업을 추진한다는원칙이 정해져 있다. 예를들어 런던에 있는 '큐 가든 식물원'에 세계적인 식물 종자은행을 설치하고 로크데일 지역의 역사적인 수로를 정비하며 피터버러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 따위이다. 환경보전을 주제로 한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약 2천여개의 연못과 습지를 보전해서 자연동식물의 관찰지로 활용하자는 사업도 이미 승인이 난상태이다. 또한 템즈강을 건너는 보행자 전용다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12월 중순 발표되어 많은사람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이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기념인 반면 그리스도교 일각에서는 천년기라는 생각 자체가예수의 탄생에 근거한 개념인만큼 좀더 종교적인 면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찰스왕세자와 국교인 성공회의 케어리 대주교는 최근 보텀리장관을 만나 현재 진행중인 기념사업에좀더 정신적인 측면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찰스 왕세자는지난봄 자신이 발간하는 '건축조망'지에 실린 특별기고를 통해 천년기 준비사업이 '의미없는 큰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바 있다. 그는 이같은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근 신구교의 지도급 성직자들을 자신의 사저 세인트 제임스 궁으로 초대,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보텀리 장관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고 공식선언하고 위원회 산하에 종교부문을 관장하는 소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확약해 21세기의 준비가 물질적.종교적으로 상호보완이 될 수 있는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있다. 〈런던.權恩淨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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