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각수(刻手) 안준영씨(40).
고려 각수가 환생한 듯 대장경 판각에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안씨의 판각작업은 신앙의식 그 자체다.
장경판각은 부처님의 말씀을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동반돼야 한다는것이 안씨의 철학. 판각에 들어가기전 해인사 계곡물로 목욕재계한뒤 장경각 법보전에 올라 예불을 정성스레 올린다. 무욕무색의 평상심을 갖지않고는 아예 작업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흐트러짐이 있는 때는 이틀이 흘러도 한자도 새기지 못할 때가 많다.
판각작업 중 때때로 장경각의 목판을 찾아 몽고와의 전란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판각한 고려각수와의 대화를 나눈다. 불심으로 나라를 지킨 당시 각수의 심정이 되어야만 완벽한 대장경재현이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한자 한자 새길때마다 손이 부러트지만 마음은 늘 풍족하다. 자신이 새긴 글씨 하나하나가 쌓여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전생에 대장경을 만든 각수로 못다 이룬 한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대장경판각의 길로 빠져들었다"는 안씨는 대장경을 새긴 곳이나 재현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있는 곳이면 전생의 업보를씻으려는 듯 전국 어디든지 발길을 돌린다.
선조들이 썼던 대장경 목판을 구하기 위해 경북 문경, 강원도 삼림지대를 무시로 드나들고 섬진강변의 산벚나무나 자작나무를 사용했다는 학계의 조사결과를 듣고 섬진강에 달려가 남해로 직접 운반해보기도 했다.
장경도감 분소가 있었다는 경남 진주, 목판용 나무를 뻘에 삭힌 남해 관음포로 달려가 선조들이했던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려고 애쓴다.
전란속에서도 3년간 목판을 해수에 담근 인내와 원칙, 목숨을 걸고 자발적으로 판각에 참여한각수의 장인정신을 생각한다면 요즘의 부실세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가슴 아파한다.경북 청도가 고향인 안씨는 남덕유산 영각사에서 화엄경 목판본을 판각하다 13년전 해인사 보행스님과 인연이 닿으면서 장경판각의 길로 접어들었다.
반야심경, 화엄변상도, 부모언중경을 수십장 판각했고 다라니경, 부적 등도 새기고 있다. 또 PC통신의각을 배우는 동호인 모임 문사모(문화를 사랑하는 모임) 전문위원으로 대장경의 각문화와선조들의 인쇄문화를 알리고 있다.
안씨는 "일본의 신수대장경보다 수백년 앞설 뿐만아니라 질과 양에서 훨씬 뛰어난 팔만대장경이일본 것보다 덜 알려진 것은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며 "대장경의 완벽한 재현과 함께 그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인의 단순한 새김질에 그치는 각(刻)작업이 아니라 조각, 미술이 결합된 각문화(刻文化)를 세계에 꽃피우겠다는 안씨는 선인들과 못다한 대화를 나누며 판각에 몰두하고 있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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