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국해법 결국 없었다

16일 이홍구신한국당대표가 밝힌 시국대책은 이미 강성일변도로 방침을 정한 여권으로서는 별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음을 그대로 입증했을 뿐이었다. 여당단독의 기습처리에 대한 유감표명등고심한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 재개정불가라는 입장에서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이대표는 이날 연두회견에서 즉각적인 3당 3역회담등 국회정상화와 조건부 영수회담 추진 용의,노조대표와의 즉각적인 TV토론, 법개정에따른 고용불안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 후속조치 마련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대치인 시국수습안'으로는 역부족이었다.수습책이라기 보다는 정면돌파를 위한 수순밟기라는 지적이 나오는것도 이 때문이다.따라서 당장의 입장변화 또는 후퇴를 요구하고 있는 야권이나 노동계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이대표가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파업종식과 대화의 시작이란 것도 야권과 노동계의 요구수준과는현격한 차이가 있어 여야 대치, 노정(勞政) 대치라는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민회의 정동영, 자민련 안택수대변인은"법 재개정 불가라면서 대화를 하자는 것은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대화제의를 일축, 야권과 노동계의 시각을 대변했다.

당초 이대표의 회견은 김영삼대통령의 법 재개정불가 영수회담거부입장이 이미 수차례 공언된 바있어 묘책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것이 일반적 전망이었다. 결과도 전망과 별 차이가 없었다.집권여당 총재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언급자체를 뒤집을수 있는 내용을 바란다는 것자체가 우물에서 숭늉찾기' 보다 더황당한 기대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권의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시점에서,예비주자들이 하나같이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한상황에서 김심(金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대표의 입장을 고려하면 회견내용 이상의 것을기대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적 해결노력 언급등 자신의 온건대화론이 여권 핵심부로부터 차단당한 이대표의 입장에서 본다면,고심과 번민의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견문에서 여야 합의처리 불발에 대한유감표명이나 법개정을 주도한 여당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표현까지 쓴것은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으로 평가할 수는 있다.

또한 법 개정과 관련한 정치상황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회견 곳곳에서 "법개정을 주도한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사태가 악화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정국의 중심에 자신을 뚜렷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의욕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이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위기가 곧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이대표측이 그동안 온건, 나약,학자풍 등의 약성(弱性)으로 각인돼 온 자신의이미지 변신과 확실한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위한 분기점으로 현정국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노동법개정으로 빚어진 난국이 조만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대표는 부상이냐 침몰이냐의 정치적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로서는 배수진이 아닐수 없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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