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문화예술기행서 "봇물"

건축 미술 문학기행 등 여행장소나 여행 자체를 글감으로 하는 문화예술기행서가 많이 출간돼 겨울 독서시장을 달구고 있다.

이 책들은 여행정보나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종전의 여행체험기에서 탈피, 건축가 문인 등 문화예술인의 눈으로 역사 및 문화현장 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김석철씨의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해냄 펴냄)은 우리의 천년도시 경주에서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적 크노소스까지 도시와 건축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형식의 건축문화기행이다.

크노소스, 예루살렘, 이스탄불, 케임브리지, 열하의 피서산장, 그리고 맨해튼에 이르기까지 역사유적을 찾아 무엇이 천년의 도시를 가능케했는지,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실례와 함께 분석하고 여러문제에 대한 제안을 하고있다.

또 건축설계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집념, 저자가 해외에서 참여했던 작업이야기, 유럽 일본 미국등의 주요도시와 서울에 대한 기행감상문을 담고있다.

특히 서울의 강남.북에 흩어져있는 주요 도심과 역사적 건물, 장소를 한강변에 집결시키고 주요개발사업도 한강변을 중심으로 해야한다는 서울 재편안이 눈길을 끈다.

천년은 고사하고 몇십년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다리와 건물이 허다한 현실에서 천년의 도시건축기행은 신선하고도 감동스런 여행이 된다.

작가 박완서의 '모독'(학고재 펴냄)은 긴 산문시를 읽는 것 같은 티베트.네팔기행서.인도 티베트 등에 대한 문화기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태초의 자연속에서 서정적인필치로 우리의 옛모습을 반추하고 있다.

저자는 사미에 사원에서 부처위에 부처가 올라앉아 즐거움을 나누는 남녀합환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부처로 보이고 절안의 부처가 훨씬 더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네팔의 마을 흙길을 걸으며 지붕위에 말리고있는 시래기, 간략하면서도 정결한 흙바닥 부엌살림살이에서 예전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고 설산과 자갈밭을 고행하는 사람을 보면서 이방인의 해악이 닿을까 근심하는 저자.

이 책은 엄청난 모래바람 등 갖가지 자연현상 속에서 먼지보다 하찮게 여겨지는 인간존재와 태초의 혼돈을 느끼게 하는 색다른 독서체험을 가져다 준다.

'히말라야의 순례자 임현담'(한길사)의 저자 임현담은 의사이자 작가이면서 해마다 히말라야에서둥지를 트는 순례자다.

인도 네팔 티베트 부탄 등지를 오르며 느끼는 이국적 정취와 낯선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적 성찰과 삶을 반추해보는 구도적자세가 잘 드러나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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