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저 계속 일본도 불안하다

엔고 시대를 뒤집은 것처럼 엔저(低)현상에 대한 불안의 소리가 일본 국내에서 대두되고 있다. 엔고에서 엔저로 증상이 변해도 불경기라고 하는 체질은 같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엔고수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는 1993년 2월 수준인 1달러 1백20엔대로 속락을 거듭하며 지난달 29일에는 달러당 1백22.75엔으로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한 후 2월 들어서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이같은 최근의 엔저 현상은 앞으로 일본 경제가 소비세 5%%인상 등을 둘러싸고 앞날이 불투명하며 일본은행이나 대장성이 당장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에 미국의경우 인플레 우려가 진정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풀이되고 있다.

이번 엔화하락 행진의 배정에는 금리격차를 주목한 미국으로의 대규모 자금이동이 있었다. 일본은 95년 여름이후 저금리, 재정지출확대, 엔고 수정 등을 3대 주축으로 경기부양책을 취했다. 그로인해 대폭적인 엔고 수정이 실현됐으나 이번에는 주가하락과 함께 엔화 하락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은 "1백20엔이 일본 경제구조로 봐서 허용한도이다. 이 선이무너지면 곤란하다"라고 밝혔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도 엔화 하락에 대해 "급격한 변동은 환영하지 않는다"며 엔저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했다.

한편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일본 대장성장관은 8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엔화안정을 위한 회원국들의 협조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엔화의 추가적 하락을 막기위한 이같은 요청은 엔화의 약세에 따른 일본의 무역흑자 증가로 무역마찰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수출위주의 제조업체들은 희색을 띠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 혼다, 닛산, 도시바, NEC, 소니 등은 순풍에 돛단듯이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1월의 판매실적에 의하면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미국내 판매가 두자리 숫자로 증가하는 기록을 올렸으나 미 3대 자동차메이커(빅3)의 GM은 판매 감소라는 결과가 나와 엔화하락의 시정을 요구하며 미 정부에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의 수입업자들은 부담금액이 대폭 늘어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래도 수입가 상승분을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으나 엔화 하락이 계속된다면 5%%정도의 가격인상을 하지 않을수 없는 실정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장기금리의 인상,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주어 주가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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