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대구역 호객행위 야간승객들 곤욕

4일 밤 11시40분 동대구역 앞.

서울서 막 도착한 권모씨(38.북구 태전동)는 역 청사를 나서자 마자 "젊은 애들도 많아요. 주무시고 가죠"라며 집요하게 달라붙는 삐끼'때문에 머뭇거렸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서둘러택시 승강장으로 향하는 권씨에게 30대 중반의 삐끼는 "재수없어. 안 잘거면 진작 얘기를 하지"라며 한마디 던졌다.

동대구역 인근 2백여개 여관 앞길은 물론 역 청사안팎에도 새벽 4시까지 20여명의 남녀 여관삐끼'들로 북적댄다. 최근 3~4년 사이 역부근까지 진출한 40대 전후의 남자삐끼들은 여관에 손님을 대주면서 방값의 20%%를 떼고 윤락녀도 공급한다는것.

역 주변은 이같은 환경때문에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몰리는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 동대구 상담센터에 따르면 최근 동대구역 부근에서 한달 평균 2백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적발되며 60%%는10대 소녀들이라는 것. 이중 일부 소녀들은 결국 삐끼들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날도 여중생으로 보이는 소녀 2명이 가방을 둘러멘 채 동대구역 육교밑에서 서성거리다 여관 골목안으로사라졌다.

밤 12시쯤 역을 나와 육교를 건너던 김모씨(여.22)는 자고 가라는 삐끼들의 호객행위에 당황해 역청사로 황급히 되돌아갔다. 여자들이 밤늦게 여관 골목으로 잘못 들어섰다 1백m가량 늘어선 삐끼 터널'을 빠져나가려면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한다.

경찰의 단속 손길도 미치지 못했다. 밤 11시쯤 덕성초등학교 입구 여관골목에는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가운데 순찰을 도는 9명의 경찰이 있었지만 "우린들 어쩔수 있습니까"라는 말뿐. 역직원 마모씨(50)는 "심지어 근무중인 역직원들에게도 숙박을 권유한다"며 "단속이 안돼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40대의 한 남자삐끼는 10대 윤락녀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계속 공급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싱긋이 웃을뿐 묵묵부답이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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