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와 관련한 정치권의 긴장도는 신한국당의 홍인길 국민회의의 권노갑의원 등 두 사람의연루설이 확인되면서 극에 달했다. 두 사람은 상도동과 동교동으로 별칭되는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국민회의총재 양 진영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집사장의 역할을 맡아 보았던, 자타가 공인하는 최측근인사다. 때문에 그 충격은 더했다.
이같은 위치의 두 사람 연루설이 공개됐다는 사실은 우선 한보사태와 관련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내지 조사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는 점의예고편이다. 실세 허세를 떠나 연루인사는 모두대상이라는 의미로 정치권의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있다.
5일오후 이홍구대표의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다시 한번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특히 홍의원의 경우 그가 대통령의 수족과 같은 인사인데다 그의 수뢰사실 자체가 현 정권의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줌에도 그의 관련사실이 공개된 것은 "그냥 넘기지는 않겠다"는 여권 핵심의 결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이대로 뒀다가는 정국상황이나 국민여론의 제어가불가능하게 되고 임기말의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여권핵심부에서 수족을 자르는 아픔을 통해 이 난국을 정면 돌파,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나오는 것도 평소 김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비춰보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의원과 관련한 수뢰보도 보고에도 대통령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예고하는 것이라는설명도 있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의원을 불신감이 가득한 국민 납득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고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전망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또 5일부터 검찰주변에서 여권 대선 예비후보들도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말이 퍼진 것 또한 가벼이 넘길 대목은 아닌 듯하다. 여권은 물론 야권까지 포함하는 대선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파문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태의 끝을 예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 상도동과 동교동의 대결구도다. 권의원의 연루설 공개는 결국 김대중총재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회의가 이미 한 차례 걸러진 한보로부터 거액의 14대 대선자금이 흘러 들었다는 주장까지 다시 들고 나서는 것은 국민회의의 긴장도와 충격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30년간 계속된 상도동과 동교동의 '마지막승부'가 시작됐다고보고 있다. 상도동은 3김정치의 종말을 가져오는 계기로 삼으려 하는 반면 동교동은 김대통령 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려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번 사태가 상도동과 동교동체제의 붕괴 내지 공멸과 이를 통한 3김 정치의 종식을 불러 온다면 김대중총재의 미래는 없어진다는 위기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대결 초반구도는 동교동측의 불리가 점쳐진다. 칼자루를 쥔 상도동의 공세에 전면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응수를 찾지 못해 당황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상도동은 이미 집권했지만 마지막 도전을 통해 집권을 노리는 동교동으로서는 총력체제가 아니고서는 난국 탈출이불가능하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 처리방향과 관련한 여권 핵심의 의중은 3김퇴장을 통한 정치권의 세대교체라고할 수 있다. 그 단초는 이홍구신한국당대표가 제공했다.
이대표는 5일 당무회의에서"지금까지 정치를 이렇게 만들어온 구(舊)지도자들을 대선을 통해 반드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3김퇴진을 통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야권이 일제히 이대표를 향해 노동법 날치기의 원흉으로 지목하면서 그의 발언을 '판깨기','3김공멸'전략 등으로 해석, 반격에 나선 것도 여권의 의도가 3김 퇴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때문이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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