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하라주쿠(原宿) 일대는 원래 보행자 천국으로 지정돼 매주 일요일이면 '젊은이의 거리'로 유명했었다. 특히 아마추어 록밴드들의 거리 콘서트와 이들 앞에 몰려든 십대소녀들의 열광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지금도 관광안내 책자에는 일요일의 차없는 거리로 소개돼 있어 많은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젊은이의 거리'는 폐지됐고 만1년이 된 현재도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경시청의 폐지 이유는 밴드 연주의 소음과 교통체증 때문. 부근 상점가 주인들은 거리의 소란이 사라졌다고 만족해하고 있으나 젊은이의 거리를 부활시키려는 찬성파들은 이곳에서 출발해현역으로 활동하는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많고 국제적으로도 록밴드의 전통적인 장소라며 이를 지키려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행자 천국 거리를 부활하자는 찬성자가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자율적인 규제책을 만들고 지역주민들과 타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하라주쿠역 부근에 젊은이들로 구성된 일단의 거리 단막극단이 나타났다. 매주 일요일 오후3시에는 어김없이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공연 장소로 메이지(明治) 신궁으로 들어가는 다리 부근공간을 무대로 확보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며 펼쳐지는 간 큰 젊은이들의 공연을 보려고 행인들은 발길을 멈춘다.
1년전에는 같은 장소에 록 밴드가 있어 음향이 대단했었다. 경찰의 단속으로 이들은 사라졌으나정기적으로 순회단속을 나온다. 지금은 단속이 부드러워졌으나 처음엔 자주 달아났다고 한다. 멀리 경찰이 보이면 공연도중 대사를 바꿔 "우리는 달아납니다"라고 관객들에게 말하고 재빨리 그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 극단이름은 '루나틱(Lunatic)'.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0분 정도의 거리 단막극 32회 공연이라는 기록을 올렸다.
이들의 단막극은 언제나 긴박감이 흐른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단속경찰이 오면 바로 튀어야하므로 대사도 짧고 생략되어 있으며 길어야 5분짜리 단막극으로 함축된 내용을 표현해야 하기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주요 관객이 지나치는 행인이므로 이들의 발길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선 촌철살인의 어휘와 재미있는 내용으로 일관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극단 '루나틱'은 정규 극장무대에서 연극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단막극을 공연할 수 있는 약 7백개의 창작 대본을 갖고 있다. 그 대본중에서 재미있는 부분만을 뽑아 거리 단막극을 연출하며 소도구를 동원하지 않는다. 티셔츠 차림에 청진기 한개로 의사 역할을 해결하고 전화 벨소리내며전화받는 등 조명도 음악도 생략했다.
거의 모든 단막극은 결론을 짓지 않고 끝낸다. 결론에 대한 상상은 관객에게 맡기고 때로는 쇼트코미디로 관객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이 젊은이들은 자기들 특유의 하라주쿠식 연극을 하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쏟아지는 정보 물결속에 바쁜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 적합한 연극을 보여 주려는 욕심이다.
거리 단막극은 공연 현장에서 즉시로 관객들의 반응을 가장 잘 알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 내고들어온 관객들이 아니므로 흥미있으면 발걸음을 멈춰서 관람하고 재미없으면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모이기 시작한 13명의 회원들은 20대 초반으로 대학 동기생들이 많다. 이들은 제6회대학연극페스티벌에서 우승하고 이때 최우수 연출상도 획득했었다. 그후 각종 일반 연극제에서도입상한 실적을 갖고 있다. 각각의 단원들은 연극외에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일하며 TV, 광고등 다른 장르에서도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거리 단막극은 신인들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연습장으로도 활용되지만 간혹 본격적인극장공연을 알리는 선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본의 비싼 극장대관료는 젊은 연극도들에게 많은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연기를 통해 분출되는 표현의 열기는 단막극이 펼쳐지는 거리에서도 식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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