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보신호체제 두뇌와 근본적 차이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컴퓨터의 개발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신경과학자들은 슈퍼컴퓨터의 계산방식이 인간의 뇌신경구조와 유사하다는 가설에 근거, 인간 두뇌를 모방한 인공지능컴퓨터 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뉴런이라 불리는 수십억개의 세포가 서로 작용함으로써 뇌의 사고작용이 이뤄지듯 슈퍼컴퓨터도단순한 점멸스위치로 구성된 실리콘칩(뉴런)으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뇌의 작동원리가 컴퓨터의 계산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의 크리스토프 코흐 박사는 '내이처'지 최근호에서 두뇌의 사고기관은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컴퓨터는 디지털방식으로만 작동되지만 뇌의 사고활동은 디지털-아날로그 복합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뉴런이 있고 한 개의 뉴런은 약1만개의 다른 뉴런과 결합하고 있다. 뉴런은 스파이크로 불리는 미세한 전기충격파의 형태로 신호를 다른 뉴런에 전달한다. 메시지는 신경전달계에서 배출된 화학적 충격을 다른 뉴런으로 전달하면서 여행한다. 학습은 신경전달계의 연결의 강도에 있어서 변화를 통해 이뤄진다. 즉 자주 사용하는 신경전달계는 강해지고 덜사용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진다.

또 뉴런은 외부자극을 수용하는 부분과 외부로 나가는 신호를 처리하는 전달부로 역할분담이 이뤄져 있다. 뇌세포는 디지털 방식인 점멸스위치(on-off switch)처럼 작동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충격이 문턱값을 넘으면 스파이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흐 박사는 뉴런은 수용부에 들어온 전기적 충격을 단순히 인근 뉴런에 전달하는 것이아니라 주파수를 증폭시켜 다른 뉴런에 전달하는 NMDA수용기와 같은 단백질을 갖고 있어 수용된 메시지의 영향을 조절한다고 주장한다.

뇌에서 정보의 표상은 뉴런의 발화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원숭이 두뇌실험결과에 따르면뇌세포는 뉴런에서 스파이크가 발생하는 시간적 간격을 1백분의 1의 비율로 조절할 수 있다. 또뉴런 사이의 스파이크 활동 시간은 더욱 정밀한 1천분의 1의 비율로 통제된다. 따라서 스파이크의 발생간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기존의 가설은 잘못된 것이라고 코흐박사는 지적한다.뉴런에서 발생한 스파이크는 단지 신호를 밖으로 내보내는 신경계로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그반대방향인 뉴런 수용부로도 전달된다는게 코흐박사의 분석이다.

코흐박사에 따르면 뇌는 뉴런사이에는 디지털신호방식을 사용하고 뉴런 내부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되는 하이브리드 컴퓨터의 일종이다. 즉 뇌는 디지털컴퓨터의 작동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뇌와 컴퓨터의 작동 구조가 디지털 방식으로 동일하다는 근거에서 추진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코흐박사가 내리는 결론이다.〈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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