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 암투장면'. 야권이 11일 김덕룡의원이 제기한 음모설을 받아서 정의한 말이다. 이처럼 야당에서는 권력핵심에서 김의원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돌리려는 희생양으로 꼽은 것으로아예 단정짓고 있다. 야권이 아니더라도 음모설은 언론을 통해서도 당장 권력핵심에 의혹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음모설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조짐을 보이자 김의원측은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음모설을 얘기한것일 뿐"이라며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의원측은 여전히 "김의원 제거를 통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일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다만 김의원측은 음모설이 민주계의 내분으로 비화되거나 권력핵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그보다는 민주계 외부, 여권내부의 다른 음모가 있다는 것이다.
김의원측의 설명에서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안기부와 검찰 등에 여전히 그 세력을 보존하고있는 보수세력의 반격이다. 정치권에서는 안기부가 한보사태 초기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정태수씨와 접촉해 온 정치인들의 명단까지 확보하고 있었다는 설이 파다하다.한보의 부도처리부터 정치권 파문 확산 그리고 민주계 인사들의 연루설 유출 등도 이들의'작품'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의원측의 부인과 언론을 향한 '협조'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민주계외부 음모설보다는 민주계 내부 내지 권력핵심 음모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정치권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김의원이 현철씨의 외국유학 건으로 현정부 출범직후부터 줄곧 불편한 관계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음모설이 제기되자 마자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이 주장이 현철씨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했다. 권력핵심이 희생양으로 삼기에 가장 적당한 인물이라는 분석때문이었다.
또 정태수씨가 이름을 아는 정치인 정도라면 누구나 돈을 주었을 것이고 특히 민주계 그중에서도실세급 정치인은 집중공략의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국회주변에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권력의지에 따라 '누구를 치고 누구를 살리고'를 농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김의원을 대선가도에서 배제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한보파문의 불똥을 대신뒤집어 쓰는 '대리인'으로 권력핵심에서 지목했다는 것이다. 여론의 추이를 봐서도 자신을 깃털에비유한 홍인길의원급으로는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 정치적 중량이 더 나가는 김의원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명단이 검찰에서보다 먼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의원과 권노갑의원 그리고 김의원과 박종웅의원 등의 명단이 모두 특정언론에서 먼저 거론되고 검찰수사가 뒤따라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권력과 언론의직거래를 통한 수위 조절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볼 때 청와대가 배후에서 검찰수사를 지휘하고 있다는 야당측 주장 또한 주목할만하다. 사태의 본질이나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권력핵심의 의도대로 이번 한보사태에 따른 정치권 파문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李東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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