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4년만의 고교졸업장

"국가에 대한 봉사를 뒤늦게 나마 인정받는 것같아 감개무량합니다"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가했다 44년만에 고교 졸업장을 받아든 최오영씨(65.예비역 육군 대령.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최씨가 학도병으로 군에 입대한 것은 낙동강전투가 한창이던 50년 8월. 대륜중(당시 6년제) 졸업을 불과 몇달 앞둔 시점이었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장교양성소였던 육군종합학교에 입교한 것이 직업군인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육군 소위로 임관한 그는 9사단 28연대서 소대장, 중대장등을 거치면서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최씨가 다시금 대구를 찾은 것은 6.25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52년. 전쟁중 어렵게 휴가를 얻어 졸업가능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모교를 찾았다. 임시교사는 대구시 남구 봉덕동 교장사택에 마련돼있었다. 졸업가능여부를 물었으나 제대하기 전에는 안된다는 응답이었다. 당시는 전쟁중이어서 부상등을 제외한 제대는 엄두도 못내는 시절이었다. 혹시 모르니 사진이나 하나 두고가라는 대답에신분증에 붙은 사진을 떼어주고 뒤돌아선 것이 전부였다. 이후 최씨는 학교를 잊었다. 학교도 최씨를 잊었다. 그렇게 44년 세월이 흘렀다.

"일주일전쯤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12일 열리는 대륜고 70회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전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측이 호국선양운동에 나서다 최씨에게 졸업장이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 이를 통보해온것. 최씨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비록 40여년 후배들과 함께 하는 졸업식이지만 최씨에겐 더없이 소중한 졸업장이기 때문이다. 〈鄭昌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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