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멸기류 불구 대안부재

한보태풍은 정계 재편으로 이어질 것인가. 홍인길(洪仁吉) 권노갑(權魯甲)의원 등 일부 여야의원들의 구속으로 봉합 수순을 밟고 있는 한보게이트는 '3김 재대결'로 짜여져 가던 대선구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등 3김이한보태풍의 중심권에 휩쓸려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국민회의 김총재의 최측근인사들의 연루는 그들의 도덕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3김의 공멸(共滅)기류까지 감지하게 하는 차원이다.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는"오는 12월 대선을 통해 지금까지 정치를 이렇게 이끌어 온 구지도자들을 반드시 정계에서 물러나게 해야한다"며 정계 재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보사태는 야권의 대선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당장 국민회의 김총재의 대선전략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권노갑의원의 구속불똥이 곧바로DJ에게 옮겨붙지는 않았지만 DJ는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그래서 권의원의 연루설에 대해 '진검(眞劍)승부'운운하며 격노하던 DJ는 자택칩거를 계속하면서 불투명한 정계재편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한보사태 초기 김영삼대통령에게 겨냥한 직격탄은 '분신'권의원의 연루로 오히려 DJ를 코너로몰아붙이고 있다. "떡값수사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며되받아치던 대여 공세도 설득력을 잃었다. 한보는 이제 DJ의 대선4수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도덕성 실추에도 불구하고 대선출마를 포기하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경선 도전에 나선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이 한보태풍에연루돼 타격을 입은 일만은 DJ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한보태풍에서 비켜서 있던 자민련 김종필총재의 입지 역시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JP와 자민련은 한보사태에 휩쓸리지는 않았지만 대선구도의 종속변수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야권 공조의틀속에서 대선을 준비하던 JP는 DJ의 몰락과 더불어 공멸의 기류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이처럼 '야권공조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대선전략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보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체제에도 적지 않은 균열을 가져왔다. DJ가 YS에 대한 정면공격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JP는 방관자적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대선공조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던 DJP공조의 균열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차가워 졌다. 즉 한보사태는 양김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구정치지도자들의 대권욕과 야합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DJP연합'은 효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3김구도의 정점인 김대통령의 영향력 쇠퇴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집권 민주계세력이 대거 한보사태에 연루돼 희생되면서 민주계의 정권재창출구도는 물건너 갔다. 그래서 여권의대선전략은 김대통령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 세워야 한다는 관측까지 나돌고있다.이처럼 한보사태는 3김 중심의 정치판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DJ의 쇠퇴가 당장 야권의 새로운 기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3후보론'이 고개를들 조짐은 있지만 세(勢)는 얻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DJ나 JP를 대신해 야권을 통합할 만한인물이 없는 탓이다. 야권의 대안 부재는 대선전략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야권의 위기의식이 어떻게 귀착될지 주목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내의 정풍 목소리도 점차 탄력성을 얻고있고 3김의 가신 중심의 당운영에 대한 비판도 강하다. 그러나 여권이 노리고 있는 3김공멸 전략을 돌파할 만한 마땅한 카드는 없다는 게 야권의 진짜 고민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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