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대구 시내버스 노선의 조정문제는 누구든 입떼기를 꺼리는 골치아픈 숙제거리. 시민들의 불편, 업자간의 이해가 맞물려 그 누구도 책임있는 대안을 선뜻 내놓기를 주저했다. 더구나지하철 개통에 따라 버스노선 조정은 당장에 풀어야 할 과제로 던져져 있다.
이판에 한 버스기사가 학위논문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노선개선책을 내놓아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국일여객에서 18년째 버스기사를 하고 있는 황하광씨(48·대구시 서구 중리동)가 바로 그화제의 주인공.
"운행시간, 오지노선, 이중노선, 일찍 차가 끊기는 문제 등 현재 대구 시내버스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지하철 개통에 맞춰 노선조정을 할때 조금이라도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현행 버스노선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한 황씨의 연구는 무려 넉달이나 걸린 '역작'답게 대학노트 40쪽이 넘는다.
황씨는 우선 장대노선을 줄이고 배차간격과 운행시간을 출퇴근시간, 야간 등 시간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오지노선의 경우 현재 본노선에 붙어있는 외곽지 등은 별도의 노선으로 분리, 7개 뿐인 오지노선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예로 20번 버스를 들어볼까요. 동구 신무동, 평광동 등지 주민들은 목적지가 거의 대구역 이전이기 때문에 범물동까지 가는 본노선에서 분리해도 충분합니다" 황씨는 또 어떤 노선이든한번은 버스가 다니기 힘든 시장, 골목,좁은 길 등으로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체증과 민원을동시에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18년동안 직접 겪은 체험을 대구시내 1백개에 가까운노선별로 조목조목 정리, 대구시에 참고자료로 내놓을 생각이다.
'버스박사논문'을 내놓은 황씨는 대를 이은 버스기사이자 기사가족이다. 선친은 1925년부터 운전을 시작해 현재의 시내버스인 시영버스가 생기자 곧바로 핸들을 잡았다. 3명의 삼촌도 모두 버스기사. 막내삼촌 황해용씨(61)는 지금도 한영교통에서 운전을 하고 있다. 형님인 하청씨(51)는 24년경력자.
'버스박사'황씨의 대구시에 대한 불만은 또 있다. 정책결정자들이 노선조정때 버스기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시내 도로망 지도를 책상위에 펴놓고 아무리 이론적으로연구해봤자 실제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번 노선조정 역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그의 18년 경험의 결론이다.
"노선조정 전에 버스기사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청회든간담회든 어떤 형식이든 좋습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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