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이 중국의 우리 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요청한이후 공개된 두번의 자필서신·석명서등을 검토해보면 그의 망명동기와 북한의 실상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의 글중에 "남한 권력의 깊숙한 곳에 이곳(북한) 사람이 박혀있다"는 지적은 섬뜩한 감을 준다. 말하자면 남쪽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고정간첩이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남쪽에서 오전에 주요한 회의가 있으면 그 회의의 성격과 주요내용의 메모가 그날 오후 김정일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내부에 친북세력이 2만~4만명이 있다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대학의 총장이 경고한 적도있고 아랍인 교수로 위장, 간첩활동을 하다 검거된 '깐수'도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간첩이 활동하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황장엽이 말하는 고첩(固諜)이 친북인사와 동일시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로서는 다시한번 안보의식을 일깨워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사실상 안보불감증이 심한 편이다. 작년에 강릉무장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준전시(準戰時)와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안보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여겨졌는데, 지금은 다시 '탈냉전시대에 전쟁이야 나겠나'하는 안이한 생각들을 많이 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장엽의 지적에 따라 당장 허둥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여야가 서로 이점을 정략적차원에서 다뤄도 안될것이다. 당국은 우리내부에 첩자가 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들을 색출해나가야 겠지만, 그렇다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든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황장엽의 망명이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가장 주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있는것은 역시 주사파(主思派)에 대한 경고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요, 발전자인 그가 주는 메시지는 주체사상이 실패했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대학에는 민족해방계열(NL) 주사파학생들이 상당수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전국1백10개대(10개 분교포함)의 총학생회중 NL이 53개교로, 민중민주(PD) 11개교, 21세기 진보학생연합 5개교, 비운동권 41개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세가 대단하다.주사파학생들은 주체사상의 원조인 황장엽의 망명을 보고도 '권력투쟁에서의 패배'정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북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봉건주의라는 절규도 못들은척 '납치감금'이라고 주장하고있다는 것은 이들의 현실감각이 어느정도 무딘지를 알수있다.
대학사회의 일부 주체사상추종 세력과 사회각계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북한동조자들도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한다. 남북의 긴박한 대치상황에 눈을 돌려 안보의식을 새롭게 일깨울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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