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2월 21일. 대한매일신보에는 '2천만 인중(人衆)으로 하여금 3개월 한하여 남초(南草) 흡연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 20전씩을 징수하면 계산하여 거의 1천3백만원이 됩니다…. 아! 우리 2천만 동포중 진실로 일호(一毫)의 애국사상이 있는 자이면 반드시 두말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국채보상운동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취지문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이에 남자들은 분연히 담뱃대를 꺾어버렸고 여자들은 눈물을 뿌리면서 전 여성의 동참을 호소했다.이날로부터 90년이 지난 1997년 2월 13일의 일간지들은 '지난해 위스키, 화장품, 승용차, 골프용품 바닷가재등 소비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제수지 악화의 주범이 되고있다' 는 내용을 특필하고있다. 재정경제원이 밝힌 96년도 수입액은 1천3백60억 달러. 이중 소비재수입은 1백54억 3천8백만달러로 무려 지난해에 비해 20.8%%가 늘었다.
90년전과 오늘은 경제적 위기감은 큰 차이가 없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자세는 이처럼 판이하다.1907년 위기상황에서는 국채보상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기생에서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이 나라사랑운동에 나섰다. 여성들도 남성에게 뒤질세라 서울지역 대안동 국채보상 부인회는 회원자격을 양반부인에 한하지않고 누구나 성금을 내면 회원이 된다하여 신분 차별을 과감히 없앴고, 역시 서울지역 부인감찬회서는 아침 저녁 끼니를 반으로 줄여 절약으로 나라사랑의 길을 실천했다. 충청지역 진천군의 부인회는 폐물은 사치품이라고 여겨 나라를 위해 은반지 은장도 비녀등 폐물들을 아낌없이 보탰다.
어느지역보다 국채보상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경상도 지역에서는 부녀자들이 죽장을 짚고 짚신을 끌며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부인들을 설득, 모든 이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한술 더떠 부산의 기생들은 서상돈이 발의한 월 20전보다 50%%가 더 많은 30전으로 올려 매월 납부하겠다는 동맹을 맺기도했다.
1997년 오늘의 경제 현상은 어떠한가. 수백만원 짜리 여성속옷이 유행처럼 판매되고 있는가 하면외국 화장품은 국산화장품 자리를 싹쓸이 하다시피하고있다.
"요즈음 과소비는 어느 계층의 국한된 현상이 아닌 전 계층에 공통된 현상" 이라는 계명대 가정관리학과 배미경교수는 "소득수준과 소비패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90년초부터 이미 학계에서 지적된 보편화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채보상운동은 일제하에서 조선물산 장려운동으로 이어졌고 다시 해방후에는 국산품애용운동으로 이어져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한국소비자 운동의 출발점으로 꼽히고있다는 이영옥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지부장은 "과소비가 만연하고있는 이시점에서 국채보상운동을 교훈삼아 절제할줄 아는 소비의식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지부장은 절약정신과 지역사랑을 함께 할수있는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살리는 방안으로 어려운 대구를 위해 대구시민 1인이 하루에 1백원을 모으는 '1백원 대구사랑운동' 도 한 방법일수있을것이라고 제시했다.
대구시민 2백50만명 모두가 하루에 1백원을 모으면 2억5천만원이되고 10일을 모으면 20억원이 넘는다. 국채보상운동처럼 90일을 계속할 경우 2천억원이 넘는 돈이 모아진다.
지하철 1호선에 드는 비용이 1천3백억원이고 2호선 비용이 1천7백억원 가량이 드는것을 감안하면대구시민이 90일동안 1백원을 모으면 지하철 2호선을 우리힘으로 거뜬하게 만들수있다는 결론이나온다.
과소비가 만연하는 요즈음 남자는 단연하고 여자는 폐물을 폐지하는 절제생활을 실천한 국채보상운동은 국민 경제와 국가산업을 진흥시키는데 낭비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적은것을 모아 큰것을이룰수있다는 국민적인 자신감을 보여준 생생한 기록으로 그 의미를 더해주고있다.〈金順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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