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흥가에 코미디 클럽 이라는 술집이 있다. 주말 같은 때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얻 기가 힘들 정도로 붐빈다. 이 클럽이 좁은 공간과 별로 화려하지 않은 무대에도 불구하고 남녀 술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클럽의 코미디 주제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섹스와 정치풍 자라는데 있어 보인다.
특히 요즘같이 한보 의혹과 젊은 부통령의 고소사건 같은 이야기들이 불거져 나오는 때에는 풍 자적인 블랙 코미디 가 더욱 인기를 누린다. 정치성을 띤 블랙코미디는 주로 언로(言路)가 막혀 있는 독재정권 아래서 비밀스럽게 생겨나 쉬쉬하며 퍼뜨려졌지만 최근에는 민주화된 국가에서도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공개적으로 회자 된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독재국가에서의 풍자든 민주적인 지도자에 대한 풍자든 풍자대상에 오른 지도자가 대중의 인기나 사랑과 신망을 잃고 있을때 주로 많이 나타난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정치권의 신뢰 실추와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 분위기를 타고 성역을 가리지 않는 블랙 코미디가 부쩍 번지고 있다.
벌써 두어달 묵은 개그지만 양파까는 YS 이야기나 서울역 택시 미아리의 구룡(九龍) 따위의 블랙 코미디들은 다분히 현 정치권과 통치권자를 우스개 상대로 격하하고 희화화 시키고 있음을 반증해 주고 있다.
한가지만 예로 들자면 이런 류의 얘기들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저승에 가서 아침.점심 다 굶은 채 하염없이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마침 중국집이 보였다. 체면불구 들어온 전대통령의 행색을 본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전직 대통령 누구다 라고 대답하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짜장면 한그 릇만 달랑 갖다 줬다.
그거라도 감지덕지 먹으려고 막 젓가락을 드는데 방문틈으로 낯익은 손님이 탕수육에다 팔보채를 벌여놓고 죽엽청주를 신나게 마시고 있는게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전(全)대통령이 주 인을 불렀다. 여보슈 나도 명색 대통령이었는데 누구는 방안에서 팔보채주고 나는 홀바닥에서 짜장면만 주는거요
그러자 주인이 한마디 했다. 주제에 짜장면도 고마운줄 알어, 노태우는 지금 배달나갔어! 찔끔 해진 전통이 할수 없이 짜장면을 다 먹고난 뒤 문득 YS가 생각났다. 주인장, YS는 지금 뭐 먹 고 있소? 먹는거 좋아하네 그 친구 지금 주방에서 양파까고 있어! 전(全)대통령이 짐작이 간다 는 듯 중얼 거렸다. 하긴 노태우는 배달집 주소 안틀리게 배달할 머리라도 있지만… 이런 이야 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가볍게 그냥 웃는다. 그리고 그만이다. 아무런 고민도 느끼지 않는다. 잘 났건 못났건 지도자를 두고 희화화된 블랙코미디가 떠도는 현실이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이 어려 운 상황, 서로 마음과 힘을 뭉쳐야할 상황에서 과연 유익한 것이냐는 고뇌는 거의 보이지 않는 다.
지금 모두가 임금님을 벌거벗겨놓고 속으로 웃기만 하는 동화속의 백성들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나라안팎의 사정을 둘러보면 마냥 집안 식구끼리 킥킥거 리며 비아냥대고만 있을 때 가 아닌것 같다.
상황적으로 나라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과오는 덮어주는 지도자에 대한 인간적 애 정을 갖는 아량도 있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이해와 애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블랙 코미디의 오른쪽에서도 먼저 보여줘야할 조 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제 있은 검찰의 한보사건 수사발표에서 뭔가 투명한 알맹이를 보여주는 일 같은 것 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 여론은 의혹의 실체인 외압을 밝혀내지 못한 수사라는 불신과 함 께 이런데도 어떻게 이해와 애정을 갖느냐는 냉랭한 마음을 품고 만다. 검찰이 임금님을 돋보이게 해줄 멋진 옷을 만든다면서 몇날 며칠 밀실에서 수사해 이만하면 임 금님의 이미지를 새롭게 씻어줄 멋진 옷입니다 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백성들의 눈에는 오히려 벌거벗은 임금님 으로 보이게한 것은 아닌지 검찰은 스스로 살펴보라. 더구나 진짜 수사 비밀은 검찰 혼자만 대나무 밭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소리치는 것이라면 뭔가 잘못 된 것이다. 검찰수사를 믿고 싶어도 백성들이 자꾸만 임금님은 벌거 벗었고 귀는 당나귀 귀일거라 믿고 있으니 참으로 나라를 위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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